2025-08-12 21:35•조회 31•댓글 1•depr3ssed
쿠구궁—
탑의 최상층부터 돌이 굴러온다. 내 머리 위가 흔들리며 세계가 역전되려 한다. 피해야 한다, 피해야 하는데—요전의 일들로 피폐해진 정신머리는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고—뭐지? 이게 뭐냐고. 최상층이 코앞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명예도 환상도 한평생 살아오며 처음으로 목앞에 칼을 내미는 죽음의 감각 앞에선 아무래도 좋은 것들이었다.
- 젠장…
미친듯이 뛰다가 타이밍을 잘못 맞춰 발을 살짝 접질렀다. 여기서 뛰다가는 잔해 깔려 죽겠는데.
- 싫어, 싫다고, 죽고 싶지 않아, 왜? 나보다 나쁜 사람 많잖아,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 … … … 아.
세계가 역전된다, 하늘이 바다로, 바다가 하늘로. 낮에는 달이 뜨고 밤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확실히 이 세계는 글러먹었으니까, 한 번쯤은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같은 더는 쓸데없는 푸념을 내뱉으면서 뒤를 돌아봤다.
뒤를 돌자 눈앞에 나타난 세상은,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