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30 18:56•조회 47•댓글 9•유하계
" 꼭꼭 숨어라ㅡ 어디어디 숨었나ㅡ "
" 여깄네ㅡ! "
코 끝을 간지럽히는 비릿한 피 냄새. 숨을 들이쉴 때 마다 느껴지는 서늘함. 그 모든게 내가 삶의 절벽 끝까지 다가왔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안 좋은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언제부터 이 공포의 숨바꼭질을 하게 됐던가? 그래, 나는... 사냥꾼이다. 그치만 그래서 뭐? 지금 나는 사냥꾼이라고는 하지만 바보같이, 멍청하게 저 녀석의 발걸음 소리 하나하나에 떨고 있다.
저 여자아이는 눈빛 하나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흔히 메두사라고 하던가? 눈을 마주치면 돌로 변해버리는. 저 어린 아이를 사냥하라고-?
처음엔 연민이 가장 컸다. 그래서 전 머뭇거리긴 했지. 저 어린 아이를 내가 어떻게 총으로 쏴. 그런데... 지금은 내가 사냥당하게 생겼잖아!
안되겠다. 일단 이 곳을 탈출해야 해. 여긴 저 애의 영역이야. 여기서 계속 있다간 죽고 말겠어...!
조심히 그 어떤 때보다도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발소리 하나라도 그 녀석의 귀에 들어가면 나는 돌이 되어버리겠지. 오, 동료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치만 난 살아야겠어. 이 피 비린내가 점점 내 머리속을 지배하는 것 같다고.
아, 창문이다. 여기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잠깐만, 여긴 2층인데? 왜 이리 높지? 순간적으로 너무 높아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숨을 흡, 하고 들이마셨던 것 같다. 아마도, 내 기억상으로는.
그 이후로 그 여자애의 발걸음 소리와 희미하게 들려오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이 때가 기회구나! 싶어 떨어지려 하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손이 내 어깨를 쳤다. 나는 습관처럼 뒤를 돌아보았다. 아, 그러면 안됐는데. 어차피 후회할 필요도 없으려나?
" 여기있네ㅡ? 마지막 먹잇감! "
어차피 난 지금 돌덩어리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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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계
" 이 피 비린내가 점점 내 머리속을 지배하는 것 같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