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축제의 설렘 따위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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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8 11:23조회 69댓글 11nxbxr3
벌써 오늘인가. 세계불꽃축제, 이 날에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가 개같이 철벽당한 날이. 그래도 그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좀 설레면서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야, 잊어버리자. 솔직히 말하면 그때 이후 언젠가부터 교회에 가면 계속 한 번만 더, 어떤 모습이라도 좋으니 만나고 싶다는 기도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때, 비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내게 우산을 빌려줬던 그 손, 고백하면서 잘게 흔들렸던 그 따뜻한 손도, 계속 영원할 줄만 알았던 서로 맞잡은 손까지... 그냥 이제는 잊어버리는 쪽이 좋을 텐데. 그런데도 첫사랑이라는 그 추억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깊게 뿌리내려 남아있다.

이번 년도에는 불꽃축제, 같이 보고 싶었는데... 벌써 오늘이라는 걸 실감하기가 좀 어려웠다. 난 아직도 그 5월 13일에 머물러서 계절이 지나가는 것도 잊고 있는데.

그런 동시에, 아주 조금, 그니까 진짜 살짝 기대가 되었다. 오늘이라면... 그 녀석도 나를 잠깐은 떠올려주지 않을까. 어차피 연락도 닿지 않을텐데, 난 왜이리도 아직 그 녀석한테 이리 잠겨있는 건지...

그냥 첫사랑일 뿐이었다, 지나가는 사람. 앞으로 내 인생에서 그냥 한 3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차지할 사람. 그런데도 그 3페이지가 내 인생에 미친 영향력이 너무 거대하다는 건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꾸덕하게, 또 그 녀석과의 추억의 바다에 잠겨서 오늘도 기적을 바라고 있는 나를 그 녀석이 용서해주었으면.

설령 이젠 불꽃축제의 설렘도 기적도 뭣도 없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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