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전- 나는 황준현. 나는 국어,영어,수학,과학 모두 학교와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원에 다닌다. 그래서인지 학원에서는 우리 학교학생은 나 한 명뿐이다. 그걸로 은근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신만. 잘나오면 땡이니까.
어느 때처럼. 수학학원 자습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다. 자습실은 초,중,고등학생 할 것 없이 득실득실하다. 그때 어떤 1학년 여자애가 자습실에 들어왔다. 그 아이는 후드집업을 입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있었다. 맞나.? 아닌가.?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여자애는 잠시 입을 틀어막더니 빈자리에 앉았다. 뭐지. 순간 시험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닳고 어서 검토를 했다. 그 후드집업 여자애는. 무언가 끼적끼적거리고 빨간 문구점 색연필로 채점을 하고 바로 자습실에서 나가버렸다. 우리 학교 학생이였을까? 그래서 내 교복을 보고 놀란 것 일까? . -쉬는 시간-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잠깐 나왔다. 평소에는 물도 잘 안마시고 쉬는시간에도 공부를 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왜 이리 변수가 많은 걸까? 엇…? 아까 그 후드집업 여자애가 강의실에서 나왔다. 나는 그냥 내 강의실로 돌아가려 했는데 그 아이가 말을 걸었다. “혹시…미래중학교 맞죠? 저도 거든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몇 학년 몇 반이신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2학년 3반 입니다.”
이것이 너와의 첫 대화였다.
-1달 후- 다시 시작된 내신기간이였다. 무언가 많이 힘들었다. 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때 그 미래중 여자애는 자유학기제라 그런지 아무 걱정 없이 웃는 모습밖에 안보였다. 나도 그랬었을까? 난 1학년때 엄한엄마에 의해 활기를 잃었는데. 쟤는 저렇게 밝았다. 질투가 났지만 그냥 얼굴만 아는 후배였기에 그냥 진짜 얼굴만 알기로. 아무 감정도 걔한테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애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이름 한 번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내 노란 명찰을 보여주며 대답했다. “황준현” 그러니까 그애는 웃으며 대답했다. “앗 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뛰어갔다. 어디론가로.
그리고 며칠 후.
-미래중학교 2학년 3반-
“야 황준현” 채하린이였다. 우리반 부반장. “아까 어떤 1학년 여자애가 이거 너한테 주래” “근데 그걸 채하린 너가 왜 전달해?” “몰라. 그 여자애가 나보고 2학년3반 맞냐고 맞으면 너한테 전달해달랬어.”
의아하네.
나는 채하린이 들고 있던 간식 꾸러미를 낚아채 가방에 넣었다.
“근데 너 같은 범생이가 1학년 여자애랑 연애도 하냐?” 채하린 항상 저런다.
“왜 또 얘는 시비래. 내가 1학년이랑 연애를 왜 하겠니. 15년 인생 계속 모쏠인데”
“그 1학년 꼬맹이도 되게 신기하네. 너 같은 애한테 간식도 주고 내신 잘보라고 응원도 해주고. 너한테 관심있는 거 아님??”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시험 결과가 망했기에. 엄한 나의 엄마는 올100을 원하셨다. 항상. 그치만 나는. 사회에서 딱 한 문제 깎여버려 엄마에게 뒤진셈이다.
-준현의 집-
“성적표 이리 내봐” 나는 성적표를 말없이 내밀었다. “…이게 점수냐? 사회 96점 이게 점수냐?” 엄마는 나를 밀쳤다. “그…그래도 다른 과목은 다 100점 나왔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당연한거지. 미래중 시험이 얼마나 쉬운데 사회 백점 하나 못 맞니? 너 폰 3일간 압수야.” 그렇게 폰을 나는 엄마께 압수당했다.
방문을 잠그고 울었다. 나는 왜 이런 삶을 가지게 된 것인지. 며칠 전 그 여자애는 웃고 있는데 나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지금도 웃지 못하는데.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해도 따돌리는 걔들이 부러웠다. 얼굴도 잘났고,시험이 어려운 학교라 틀리는게 당연했고. 모르겠다. 모든것이 싫었다.
그러던 와중에. 가방에서 간식꾸러미를 꺼냈다. 설마했더니 수학학원 미래중 1학년 걔가 맞았다. 이름은…김민혜였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두고는 전화번호를 남겨달라는 내용과 내신 잘 보라는 내용의 편지도 꾸러미에 들어있었다. . 3일 후 핸드폰을 돌려받자마자 김민혜라는 애에게 메세지를 남겨두었다. 앞으로 아는 척 좀 해줘야겠다. 그애가 편지에.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했으니까. 왠지 모르게 걔랑 친해지면 나도 웃을 수도 있을 꺼라는 헛된 상상을 하게 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렇게 수학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초등학교도 같은 학교를 나온 후배라는 것도 알게되었고 학원에서는 ‘유일한’ 미래중 동지였으니까
“야야야 황준현 황준현~” 김민혜 얘가 진짜. 나는 김민혜의 이마에 딱밤을 때려주었다 “황준현 아니고 황준현 선배님이라고 해야지” 약간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항상 이러고 논다. “겨우 1살 차이인데 이러기냐고…” “응” “아 맞다!” 김민혜가 주머니에서 뭔가 뒤적뒤적 거렸다. 그러고는 초록색 명찰을 나에게 건냈다. “이거 내 명찰임~가지세요 황.준.현.선배” “1학년은 명찰색이 다르구나.” “그걸 이제 안 황준현은 무엇ㅋㅋ” “이게!!”
우리는 스쳐지나가던 존재에서 이렇게. 의지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현재- “선배님. 사실 저. 많이 좋아했어요.” 민혜의 떨리는 목소리가 나의 머리속을 찔렀다. “그런데요. 저는 이제 여기 있으면 안될 것 같아요. 엄마와 아빠의 기준에 못 맞추는 딸이고,친구들도 미워하는 이상한 사람이니까 이생에 존재하면요…준현선배한테 많이 상처 받을꺼에요. 선배님이 아픈 거 정말 싫거든요…” 민혜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의 과거를 회상시키는 듯했다. “김민혜,나도 너 진짜 좋아해.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마. 나도 우리 부모님한테 나쁜아들이라고. 학원에서 오시훈 걔네들이 괴롭히는 그런 찐따라고” 나도 몸이 떨렸다. 그래도 안돼요…. 그대로 그애는 계단을 올라가고. 결국…옥상에 가버렸다.
-툭툭-
너…너가 결국은… 가버렸다.
어…? “선배님…저 잡아준거에요…?” “어…?” 너는 내 곁에 남아주었다. “으흐흑…내가 정말요…미안하고 좋아해요…” “나도야 김민혜. 처음 자습실에 너가 왔을때부터. 끌렸어.” “고마워요. 저 같은 못된 여자애 좋아해줘서.” “나야말로.”
-The end-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랜만입니다. 윤쩡입니다. 그동안 퀴즈바이미를 오지 못했던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내 소설을 좋아해주지 않아도 나는 그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어주고 싶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것이 잘 안되어 욕도 많이 먹고. 자책도 했던 것 같아요. 언제 또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그날까지…안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