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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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6 17:09조회 58댓글 6@UX2mau
어둠이 깔렸어요.
보이지 않아요.

내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 같아요.
몸집을 죽여 천천히 따라오네요.

거리에 있는 거울로 보니
그이의 손에 무언가 날카로운게 들러있어요.

그이가 나를 덮쳤어요.
그 날카로운 칼을 나를 향해 치켜세우네요.

보여요.
난 보았어요.
어둠이 깔린 밤, 지독하게 추운 겨울날
날카로운 칼을 들고, 나를 메섭게 노려보는
그이의 얼굴을 보았어요.

오, 너무 익숙해요.
너무 당연한 걸까요?

난 그이를 사랑했어요.
그이도 한때 나를 사랑했었어요.

그런데 그이는 왜 나에게 칼을 겨눌까요?
알 수가 없어요.

그이가 천천히 그 입을 때네요.
그 입은 한때 나에게 부드러운 말을 달콤하게 내뱉어 주었던 입이에요.
그래서 그 입을 가지고 싶었죠.
그건 어려워 그이를 한시도 내 옆에서 떨어지게 두지 않고 좋은 말들만 내뱉게 했어요.
그런데, 그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너무 씁쓸하고 두려워요.
내가 아는 그이가 아니네요.

입을 땐 그이는 나를 쳐다봤어요.
아, 그 눈도 내가 너무 사랑하는 눈이에요.
깊은 눈동자,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그 간절하면서 고귀한 눈빛
난 그 눈빛을 날 향해서만 보여줬으면 좋겠었어요.
그래서 나만 바라보게 했죠.
그런데 그이의 눈도 입처럼 내가 알던 그이가 아니에요.
그이의 눈은 나를 향한 증오로 가득차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이에게 사랑을 주었는데 왜 그렇게 쳐다볼까요?

그이는 이제 더 많이 나에게 보여줘요.
내가 사랑해 항상 붙잡은 손부터 머리카락, 속눈썹까지 모두
한때 내것이였죠.

어, 근데 그이의 발이 조금 특이해요.
내 마지막 기억은 남들과 같은 발이였는데 말이죠.
발을 보고나니 손,입,눈,머리 다 특이해요.
손은 왜 피투성이고 입은 터져있고 눈은 충혈됬을까요?

난 그냥 그이가 좋았어요.
그래서 다른 여자를 볼 때마다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눈동자를 보았어요.
난 그이를 소중이 다뤘는데
그이가 날 왜 증오할까요? 또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난 그이가 갑자기 달리던 날 그이의 발을 꺾은 것 말곤 한게 없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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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2mau
@유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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