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도심록 [浪漫悼心錄] 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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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 20:41조회 45댓글 1必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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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진 이슬이 여름임을 알린다. 후덥지근한 습기에 팔에서 체액이 주륵주륵 흐른다. 이미 바닥에 흩뿌려진 벛꽃잎이 여름을 이기지 못 했음을 체감하듯 우와 신이의 반지하 계절풍도 조금씩 달라져 간다.





우가 이제 긴팔목티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에 이미 여름은 중반을 지나가고 있었다. 매일 학교를 갔다 오는 신이의 땀은 어쩌면 우 자신의 탓이었을 지 모른다 여긴 것도 여름 중반부터다.





사람들 발소리와 흙먼지만 그득한 반지하 살이지만 바닥으로 하염없이 구르는 파릇한 나뭇잎들이 아직은 여름이 우와 신을 위해 버텨주고 있음을 명시하듯, 올여름은 꽤나 멀고도 험한 길임을. 우와 신은 같이 돼지 저금통을 집었다.





냉기 없는 이 여름이 무척 싫은 신이 우에게 난생 처음 투정했다. 다른 집 친구들은 전부 새하얀 냉기랑 날개가 핑그르 돌아가는 기계가 있는데 우리 집만 왜 없느냐는 말에 우는 아무 대답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었다.





아끼던 돼지 저금통의 배가 단순간에 세로로 쭈욱 — 갈라졌다. 우수수 쏟아지는 백 원과 오백 원이 산처럼 쌓이다 못해 쓰러지고 있다. 산이가 박수를 짝, 짝, 치며 부러운 눈빛으로 우를 올려다 보자 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오백 원 두 개를 신이에게 내민다.





전부 합해 이십구만삼천칠백 원. 에어컨은 커녕 중고 선풍기 몇 대 사기도 빠듯하다. 한숨을 마친 우가 천천히, 반지하 창문을 본다. 명품 브랜드의 신발이 우네 집 창문 앞에서 다 피워진 담배 꽁초를 짓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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