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urious.quizby.me/zeoz…말라진 이슬이 여름임을 알린다. 후덥지근한 습기에 팔에서 체액이 주륵주륵 흐른다. 이미 바닥에 흩뿌려진 벛꽃잎이 여름을 이기지 못 했음을 체감하듯 우와 신이의 반지하 계절풍도 조금씩 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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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가 이제 긴팔목티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에 이미 여름은 중반을 지나가고 있었다. 매일 학교를 갔다 오는 신이의 땀은 어쩌면 우 자신의 탓이었을 지 모른다 여긴 것도 여름 중반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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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발소리와 흙먼지만 그득한 반지하 살이지만 바닥으로 하염없이 구르는 파릇한 나뭇잎들이 아직은 여름이 우와 신을 위해 버텨주고 있음을 명시하듯, 올여름은 꽤나 멀고도 험한 길임을. 우와 신은 같이 돼지 저금통을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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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 없는 이 여름이 무척 싫은 신이 우에게 난생 처음 투정했다. 다른 집 친구들은 전부 새하얀 냉기랑 날개가 핑그르 돌아가는 기계가 있는데 우리 집만 왜 없느냐는 말에 우는 아무 대답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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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던 돼지 저금통의 배가 단순간에 세로로 쭈욱 — 갈라졌다. 우수수 쏟아지는 백 원과 오백 원이 산처럼 쌓이다 못해 쓰러지고 있다. 산이가 박수를 짝, 짝, 치며 부러운 눈빛으로 우를 올려다 보자 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오백 원 두 개를 신이에게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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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합해 이십구만삼천칠백 원. 에어컨은 커녕 중고 선풍기 몇 대 사기도 빠듯하다. 한숨을 마친 우가 천천히, 반지하 창문을 본다. 명품 브랜드의 신발이 우네 집 창문 앞에서 다 피워진 담배 꽁초를 짓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