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년의 빛 채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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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6 07:10조회 52댓글 2이윈윤
어느 마을에, 조너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빛을 좋아했습니다. 소년의 특기는 채집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빛을 잡으러 떠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

조너는 집을 떠났습니다. 조너의 어머니는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조너는 마을에서만 채집할 테니 걱정 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똑똑."
조너가 한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로랜 부인이 맞이 해 주었습니다.
"아, 조너구나. 들어오너라. 네레사 부인이 네가 온다고 말해줬지. 그래서 식빵을 잔뜩 사 놓았어. 차도 충분히 있고 말고."
로랜 부인의 말에 조너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조너는 로랜 부인이 어머니의 오랜 친구여서 당부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로랜 부인의 집에서 대각선인 집으로 향했습니다.
"똑똑."
"안녕하세요, 뉴욕에서 한 때 멋부리고 다녔던 헨리 씨?"
헨리 씨는 안경도 곧고, 나이에 비해 허리고 곧은 자세로 조너를 반겼습니다.
"아, 조너구나, 들어오너라. …음, 네레사 부인이 네가 온다고 말해줬지. 그래서 식빵을 잔뜩 사 놓았어. 차도 충분히 있고 말고."
헨리 씨는 더듬더듬 기억을 짚듯이 말했습니다. 아하, 어머니가 마을 분들께 모두 다 말한 거로구나, 하고 조너는 생각했습니다.
"네, 죄송하지만 뉴욕에서 한 때 멋부리고 다녔던 헨리 씨, 헨리 씨의 집은 안 될 것 같네요."
"맞아, 지금 집에 식빵은 커녕 차도 없는 걸. 예전에 마셨던 블랙티가 먹고 싶군.."
헨리 씨의 집을 빠져나온 조너는 생각했습니다.
'과연 이 마을에 어머니가 당부하지 않은 집이 있을까?'
어머니의 행동에 괜히 심술이 난 조너는 채집망을 이리저리 흔들었습니다.
'이 마을은 안 될 것 같아. 제리노미 마을로 떠나자!'
조너가 다짐했습니다.

♠︎

조너는 해가 지고 나서야 제리노미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너 모라인데요, 랜턴 있나요?"
사실 조너는 자신이 어두워질 때 까지 빛을 채집할 줄 몰랐기 때문에 랜턴과 손전등을 챙겨오지 않았습니다.
"어, 잠시만 기다려라. 여기, 여기."
"감사합니다. 제가 빛을 갖게 된다면 아저씨께도 드리겠어요!"
조너가 말했습니다. 아저씨는 얕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습니다.
어느덧 새벽이 되었습니다. 조너는 내일 다시 찾아보겠다며 새파란 지붕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너 모라라고 하는데요, 빛을 채집 중입니다. 잘 곳이 없어 그런데 묵을 수 있을까요?"
조너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저 안쪽에서 예쁜 부인이 나타났습니다.
"그래, 반갑다. 나는 셀라 호스콥이란다. 그렇구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집에는 방이 하나뿐인걸?"
호스콥 부인이 말했습니다. 조너는 아쉬운 눈빛으로 새파란 지붕의 집 앞을 서성였습니다.
"그러면, 남는 베개 없나요? 담요는 있어서요."
조너가 구원의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밖은 바람이 쌩쌩 불며 새들은 펄럭거리며 날아다녔습니다.
"…거실에서 자는 건 어떠겠니? 배게는 쿠션으로 대신하면 되지 않겠어?"
호스콥 부인이 소파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그녀는 조너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그래요, 좋아요. 쿠션을 주세요. 여기서 잘게요. 제가 빛을 갖게 된다면 부인께도 드릴거예요!"

♠︎

"그래, 조너. 빛은 가져 왔니?"
네레사 부인이 조너를 거실에 세워 놓고서 말했습니다. 조너의 빛 채집기는 끝나서 집에 돌아온 것입니다. 네레사 부인은 조너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해코지 당하진 않았을지, 누가 안 좋은 걸 먹여주진 않았을지..
"아니요, 엄마. 그래서 도론 아저씨와 호스콥 부인에게 미안하다고 말씀드렸죠."
조너가 말했습니다. 그러니 네레사 부인은 우쭐해서 입꼬리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네레사 부인이 궁금하단 듯이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빛 말고 다정함과 차분함을 채집한 것 같아요. 호스콥 부인이 말씀하셨어요. '빛은 가질 수 없으나 사랑은 가질 수 있다'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마음을 얻었어요."
조너가 기쁜 얼굴로 말했다. 네레사 부인도 뿌듯해 하는 듯 했습니다.

(동화 느낌으로 쓰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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