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0 20:06•조회 30•댓글 0•o0_
서울의 오래된 골목 어귀, 낡은 주택의 2층 창가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이웃들은 그 창가 고양이를 ‘노을이’라 불렀다. 붉은빛 털 때문이기도 했고, 해 질 무렵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사람들이 떠나고,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집에 노을이는 홀로 남아 매일 창가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렸다. 누구도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동네 노인들은 “그 고양이, 예전에 할머니랑 살던 아이 아냐?” 하며 기억을 더듬곤 했다.
5년 전, 그 집에는 정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살고 있었다.
이름처럼 따뜻한 사람이었고, 마당에 핀 꽃을 동네 아이들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정 여인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문을 닫은 채, 말 한마디 없이.
이웃들은 그녀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문,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소문, 심지어는 외국으로 떠났다는 소문까지 들었지만, 그 누구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단 하나 남은 것은 고양이 노을이뿐이었다.
지금은 가을.
바람이 낙엽을 끌고 다니는 오후, 낡은 주택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검은 외투를 입고, 짧게 자른 머리 아래로 익숙한 눈동자가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대문을 밀었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먼지 쌓인 마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가엔 여전히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노을이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몇 초간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고양이는 일어나 창문을 긁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고양이와 눈을 맞췄다.
“기다렸구나… 아직도…”
눈가가 붉어진 그녀는 주머니에서 녹슨 열쇠를 꺼냈다.
낡은 문이 다시 열리고, 잊힌 집 안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고양이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 익숙한 듯 품에 안겼다.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야… 돌아왔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