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빙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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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8 22:41조회 68댓글 4고혜주
새빨간 토마토를 똑똑 가지에서 잘라 바구니에 가득 담는다. 햇빛을 받아 따듯하고, 적당히 익어 세게 잡으면 터져버릴듯한 감촉을 가진 빨간 토마토가 손에 쏙 쥐여진다. 바구니는 가득 차고 햇빛은 어느새 나에게로 향해서 얼굴이 익어가는 것 같기만 하다.
제법 감성있는 듯한 햇빛, 초록색 이싹들, 그리고 토마토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낑겨앉아서 토마토를 한입 와앙- 베어문다. 아, 맛있다
토마토를 마저 먹으며 너를 생각한다. 내 지긋지긋한 첫사랑,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너를
처음 만난 건 꽤 오래 됐다. 늘 다정하고 나를 향해 웃어주는 너를 싫어할 시간은 전혀 없었고, 너를 좋아할 시간은 단 1초면 충분했다. 그렇게 푸릇푸릇한 첫사랑을 했다. 같이 토마토를 따고, 그 사이에 앉아 웃으며 토마토를 베어먹고ㅡ 그래서 내 최애 과일이 토마토가 되버린건가, 괜히 씁쓸하기만 한데. 암튼 그렇게 내 첫사랑을 아주아주 지독하게 했다. 하루만 안봐도 미쳐버리겠는 중증의 첫사랑이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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