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달리 해석되는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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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7 16:22조회 44댓글 1해월
햇살이 낡은 나무 울타리 사이로 스며들어 잘게 부서져 버려진 꽃길 위로 흩어졌다. 한때 단정히 다듬어졌던 돌계단은 이제 풀이 가득 뒤덮어 숨을 쉬는 듯했고, 드문드문 드러난 돌 몇 개만이 햇살을 받아 여리고 예쁘게 반짝였다.

덜컹거리는 철문을 밀자 발자국 소리에 놀란 참새 떼가 후두둑 날아올랐다. 햇살 속에서 그 깃털은 잠시 은빛으로 반짝이다가 나무 그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따뜻한 햇볕 아래, 우리는 마치 꿈결처럼 몇 번의 만남이 오고 갔다.


봄날은 이리도 따뜻하고 온화하기만 한데, 왜 우린 서로가 만들어낸 고통 속에서 우리의 관계는 망가져만 가나요.

바람이 지나가면 풀잎과 들꽃이 함께 흔들리며 감당 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에 휩싸여 곧 울음이 커져 나올 것 같았다. 공기에는 흙과 오래된 나무 냄새가 겹겹이 스며 있었고, 너가 남기고 간 온기가 함께 깃들어 있는 듯 했다.

회화나무 아래, 낡은 그네가 여전히 매달려 있었고
햇빛에 바래 희미해진 줄은 바람에 흔들리며 삐걱거렸다. 그 소리는 이곳에서 웃고 울던 내 잔향이였나? 그네를 바라보고 울음이 터져 나올 거 같다가도, 울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손쓸 수 없이 망가져버린 우리밖에 없었다.

갈라진 벤치에 앉아 바라보니 담장 구석에서 이름 모를 꽃 한 송이가 잡초 사이에서 바람을 붙잡으려는 듯 흔들리고 있었다. 너를 보기엔 잡초처럼 초라했기에, 마주하기를 미루고 미루다, 마주하는 결말에 결국 울음이 터져나왔다.

봄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진 빛을 내리쬐며, 처음 느낀 설렘이 물결처럼 퍼졌다. 너랑 정말 끝이다 라는 생각에 지푸라기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너를 안았지만, 이미 떠나고 없었다. 이별을 고한 너의 목소리는 내 심장에 비수를 박았다. 너의 잔상과 그림자는 봄내음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번져 사라져만 갔다.

나의 청춘과 시간은 갈기갈기 찢겨 너의 차가움에 짖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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