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5 19:29•조회 26•댓글 0•depr3ssed
- 싫어. 너가 정말로 싫다고…
하아… 또 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관자놀이를 꽉 눌렀다. 나 참, 그렇게 파들거리면서 눈물 흘리면 전부 잊힐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정말로 행복했다. 어렵게 묶은 붉은 실은 평생 이어질 줄 알았건만—어느 정도였더라. 반 년?
반 년. 고작 그 정도였던가. 딱히 큰 불화가 있었다든가, 누구 한 쪽이 바람을 피웠다든가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그냥 처음부터 나만 놓는다면 어차피 풀릴 붉은 실이었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그 누구도 서로에게 악담을 뱉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사랑했던 상대—라는 작용은 생각보다 컸을지도 모르겠네.
- 이런 거 생각해서 뭐 하나…
솔직히, 헤어지고는 오히려 후련했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몸이 그 반작용을 일으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내 몸을 가득 채웠던 사람은 날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사실만이 나에게 남아있다.
만약에, 어쩌면, 그럼에도, 이런저런 말들로 우리의 최후를 부정하려 부러 노력했다. 가장 좋은 기억만 남도록, 그 날 같은건 무의식 중에도 남지 않도록.
아—… 만약에, 만약에. 내가 그 애를 처음 본 날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도 그 애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따위는 이루어질 리 없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없다면—애초에 처음부터 붉은 실이 이어지지 않도록, 그 애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반년의 꿈에 취해 아직도 허우적대지 않도록—
—그 애가 나 같은 건 절대로 사랑하지 않았으면.
오늘도 저 멀리 지나간 봄의 잔해 되어버린 너 끌어안고 이곳에 틀어박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