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이 언제였을까.
아무도 기억 못 하는 태초의 시간부터 우리의 영혼은 붉은 실 한 가닥으로 촘촘히 엮여 있었다. 모든 윤회와 만남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는 서로의 심장이었다. 영원할 거라 맹세했던 인연은 세상의 어떤 힘도 끊을 수 없는 절대적 섭리 같았고 눈빛만 봐도 알았다.
숨결 하나에도 서로의 존재가 녹아있던 찬란한 사랑.
그것이 우리였다.
하지만 그 누구의 간절한 기도도 닿지 않던 잔혹한 운명의 밤,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바꾼 그 존재의 비틀린 욕망이 개입했다. 한순간, 우리의 영원한 맹세는 찢겨지고 축복은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저주가 되어버렸다.
붉은 실이 허망하게 끊어지며,
우리의 세상은 산산조각 났음을.
너와 나, 그 누구도 영문조차 모른 채로.
수많은 생을 윤회하며, 너를 찾아 헤매는 건 익숙한 고통이 되었다. 그 저주를 풀기 위한 대가는 너무나도 잔혹했고 마지막의 순간, 서늘한 입술이 맞닿는 그 짧은 찰나,
너의 심장이 멎고 너의 숨이 멈추던 그 때서야 붉은 실은 다시 잠시 풀어진 듯 보였다. 하나의 희생이 모든 비극을 잠재운 것처럼, 찢어졌던 실타래는 마침내 다시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우리는 간신히 또 다시 서로에게 닿았고,
어쩌면 이젠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여기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가운데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그 붉은 실은 끊어져 버렸다. 어쩌면 너무 강렬해서 끊기는 걸지도 모른다고, 누군가는 중얼거렸지만 그 파열의 순간은 너무나도 잔인하게 현실이 되었다.
또 다시, 이어진 실타래는 허무하게 산산조각이 났다.
마치 세상이 우리에게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고,
고통은 끝없이 반복된다고 가르쳐주는 것처럼 말이다.
내면은 붕괴되고 영혼은 균열을 겪는다.
이 모든 비극은 과연 누구의 저주일까.
과연 이번 생에서, 끊어진 실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랑이라 불렀던 이 모든 고통의 조각들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을까?
아니,
감히 우리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것은 운명인가?
아니면,
그저 지독한 저주일 뿐인가?
불멸의 실타래는 과연 끝이 있을까?
ㅡ
〚 1화 예고 〛
༻ 불멸의 실타래 _ 제 1장 ༺
그는 빠르게 나가버렸다. 벙찐 나를 둔 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나가기 전, 중얼거리던 그 말을 들었다.
“ 내가 저딴 새끼랑 운명인 건 말이 안되잖아ㅡ ”
☪︎·̩͙ _ 2025年 10月 31日 _ 첫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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