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4 21:27•조회 65•댓글 4•19년된연어
#Chapter 1
" 야 눈 깔라고 했어. "
그 말은 내 눈이 저절로
마룻바닥을 향하게 만들었다.
수 많은 시선들이
뒤통수를 때렸지만 버텨야 했다.
" 얍. ㅋㅋ 개웃겨 "
내 몸은 아이들의 발길질, 주먹질 한 방으로
벽까지 밀려날 만큼 나약해진 상태였다.
선생님은 컴퓨터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저 아이들이 보는 것도 나의 본모습은 아니었다.
나는 혼자 벽을 보고 있었다.
-
몇십분의 놀이를 가장한 괴롭힘이 끝나면
나에게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냥 이제 질린거겠지.
희망을 품을 새도 없이 시간은 지나간다.
-
지금 쯤 가방을 챙겨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썩은 우유갚, 쓰레기 따위로
더러워진 가방은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마음 같아선 학교에 내버려 두거나
쓰레기장에 던져놓고 싶지만
그러면 나에게 쏟아질
질책 어린 시선이 두렵기에
오늘도 가방을 맨다.
-
하굣길을 걷는 동안은 보도블럭만 바라본다.
내 주위에는 예쁜 인조 꽃들도, 알록달록한 분수들로 기분 전환이라도 할까 했지만
그것보다 아이들의 비난 어린 시선이 가방 위에 얹어주는 무게가 더 크다.
코를 막고 뒤를 돌았다.
본래 색인 파란색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더러워져 있었다.
역시 그냥 두고 올 걸 그랬나.
-
" 다녀왔습– ... "
텅 빈 거실이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다.
괜히 화장실 문을 열어보고 다시 닫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풍기던 음식 냄새.
좋은 냄새는 아니었지만 지금으로선
그것만이라도 돌아왔으면 한다.
김 서린 가족사진을 벅벅 닦았다.
이제 엄마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수단은
이 낡아빠진 액자밖에 없으니까.
-
침대에 누웠다. 날 반겨주는 거라곤
칙칙한 천장 뿐이었다.
눈을 감으면 검은색 시야만
계속해서 반복된다.
가끔은 잠들고 싶을 때
잠들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이 아무것도 없는 까마득한
공간을 헤매이지 않아도 될 테지.
옛 지구는 이렇지 않았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푸른 나무들로 뒤덮인..
그런 낙원같은 곳이었다고.
공원, 책방, 놀이공원 같은 것들도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창 밖에는 몇달동안 이어질
병기들과 세균들이 난무하는
지루한 에어쇼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모두가 행복한.
그런 낙원같은 지구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눈을 감았다.
-
그 날, 난 처음으로 꿈이란 걸 꾸었다.
그게 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날 잠 속의 공간.
그러니까 꿈에서 엄마를 보았다.
딱 몇달 전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그게 얼마나 꿈같은 일이었는지.
그래, 그 뒤로 꿈같다는 표현도 알게 되었다.
그건 정말이지 꿈같았다. 꿈이 맞긴 했지만.
몽롱하면서도 또렷이 기억나는 그 감각이
뇌 속에 새겨진 듯 계속해서 맴돌았다.
-
하루는 금세 지났다. 하지만 꿈이 있었기에
지루하지도, 허무하지도 않았다.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오랜만에 엄마 생각을 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는 몇달 전 죽었다.
사람들이 돌아가셨다고 해야 한다는데
그럼 엄마가 나 말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같아서 싫었다.
친척들의 말로는
의문의 사건에 휘말려 죽었다고 했다.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엄마는 그정도로 약하지 않다.
차라리 진짜 이유를 말해주지.
엄마가 죽은 이유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서러웠다. 나도 알 권리가 있다.
-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여 넋놓고 걷다보니
어느새 정문 앞에 다다라 있었다.
정문을 지나자 워치에서 진동이 울렸다.
있지도 않은 부모님께 보내는 알림.
이제 그냥 꺼버려야 겠다.
" 야 한솔. 오늘 늦었다? "
이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대부분 비꼬거나 짜증을 내는 것이겠지.
다시 한 번 느끼는 다정함의 부재는
반항할 이유와 여유를 완전히 짓밟았다.
그저 고분고분하게 저들을 따라간다면
만신창이 꼴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잔인한 권력과 폭력 앞에서
자신감 따위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
-
10분 쯤 지났을까.
나는 팔을 부여잡고 자리를 찾았다.
부러진게 아니니 혼자 해결할 수 있다.
그 밖에는 멍 몇개와 찰과상 정도로
경미한 상처밖에는 없었다.
자리에 앉아 팔을 보았다.
피를 보기 싫어 눈을 가늘게 떴다.
매일 봐야 하니까 적응 해야지.
항상 그렇게 생각하지만 피는 무섭다.
괜히 팔에 힘을 줘 보았다.
저릿하면서 따가운 감각이 팔을 뒤덮었다.
계속 바라보기 거북해 등 뒤로 팔을 감췄다.
수업 중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생각이었다.
만약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귀에서 이명 같은 무언가가 들려왔다.
하지만 정신이 생각 속에 쏠려 있었기에
흐릿해져가는 시야는 아직 내 상관 밖이었다.
만약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만약 지구가 정말로 푸르름에 뒤덮인다면.
그렇게 된다면 어떨까?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다시 한 번 귓 속에서 미세한 기계음이 들리는 듯 했다.
뭐라고 하는거지? 인상을 지으며 기계음에 집중해 보려 했지만
뒤이어 몰려오는 두통과,
그리고..
가슴 안쪽부터 느껴지는 뜨거운 무언가에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시야는 새까만 공간 속으로 다시 한 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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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919.. 인데
닉네임이 뭔가 이상하죠???
사실 이건 친구랑 같이 쓴 소설이라
제 닉 1919 + 친구 닉 연어
를 어떻게든 섞어보려다가 이런
비린내 날 것 같은(?) 닉네임이 완성되었어요 ><
글이 좀 길긴 한데 시간에 있으시다면
정독! 강추드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