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봄이라는 계절이 물들면 찾아가는 벚꽃 길에 벤치 옆에 혼자 덩그러니 놓아져 있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휘날리는 핑크빛의 예쁜 벚꽃잎에 홀려 사랑을 이루기 위해 떨어지는 꽃잎을 잡고,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서로 사진 찍기 바빴다.
⠀그 나무는 자신에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도 묵묵히 그 자리를 몇 십년 지키고 있었다. 홀로 외롭게 꽃이 먼저 피어나 잎은 뒤따라 오는 특이한 나무였고, 벚꽃과 똑같이 색과 생김새가 다를 뿐, 짧게 지고 이쁜데 아무도 그 나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하루는 학교에서 벚꽃을 보러 그 거리로 나갔다. 나는 친구들이 벚꽃을 보고 ‘잡았다’ 라고 소리치며 장난치고 뛰어 놀 동안 그 나무의 옆에 앉아주었다. 그리고 떨어지는 하얀 꽃잎도 잡아보고, 소원도 빌어보았다. 그러다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 너는 왜 벚꽃 안 보고 여기 있어?
⠀너는 내게 건내는 첫 말부터 다정했다. 눈길도, 말도 모든 게 부드러웠다. 이러고 있는 나를 조금 놀란 눈치로 쳐다보는 것 같아도 너는 이해하려 했다.
⠀” 어? 아.. 나는 벚꽃나무 보다 이 나무가 더 좋아. “
⠀너는 나를 웃으며 바라봐 주었고, 내 옆에 비어있던 자리를 꽁꽁 싸맨 도시락 대신 너가 채워주었다.
⠀- 나도 이 나무 좋아해. 벚꽃 보다 이쁜 것 같아.
⠀그 나무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우리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말 한 마디 꺼내기 어려웠다.
⠀- ..혹시 다음번에 시간되면 나랑 이거 보러 올래?
⠀“ 좋아, 나랑 이거 또 보러오자. ”
⠀우리는 너가 용기 내어 해준 말 덕분에 서로 말이 트였고, 너와 말하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자꾸만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학교가 끝나 시간이 나면 언제든 너와 함께 그 나무를 보러 갔다. 오래되어서, 벚꽃나무에게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던 나무는 어느새 우리에겐 그 어떤 나무와는 비교조차 안 될 나무였다. 항상 그 벤치에서 얘길 나누다 서로 헤어졌고, 그 나무는 올 때마다 마치 햇빛에 놔둔 눈사람 같이 빠르게 잎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래도 저래도,
⠀고백은 없었다.
⠀서로 좋아해도 아무도 먼저 입 밖으로 좋아한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우리 사이엔 간단한 약속 조차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 ‘다음‘이 있을 것이라 믿고, 또 믿었다. 내일도 너와 함께 이 나무를 보러 오겠다고.
⠀이 근거 없는 생각이 얼마나 비참한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당연하다는 건 없었다.
⠀그리고
⠀다음이라는 것도 없었다.
⠀내 곁에서 항상 웃음을 주던 너는 이제 내 곁에 없었고, 다음 해 봄이와도, 그 다음 해 봄이 와도 너는 내게 얼굴 한 번 빚춰주지 않았다. 그러는 너에게 내심 서운했다. 약속 이라도 해둘 걸 이라며 후회하기도 했다.
⠀며칠 뒤, 우연히 길을 걷다 너의 이름을 들었다. 달려가서 너가 어디에 있고, 뭘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가만히 얘기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듣다보니 어느새 내 눈가는 촉촉해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이러면.. 이러면.. 서운하다고 생각한 내가 나쁜 애
⠀가 되버리잖아.. 왜.. 그랬어.. “
⠀이제 너와 함께 할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그 하얀 목련나무 한 그루는 나를 매번 그립게 할 뿐이고, 나 혼자라도 매 년 봄마다 그 나무 옆 벤치에 앉아 너 생각을 한다.
⠀그리곤, 혹여나 너가 들어줄까 하늘을 올려다보고 말을 네게 걸어본다. 당장 눈에서 흘러나올 듯한 눈물을 참고 네게 말을 건낸다.
⠀“ 미..안해.. 내가.. 너 많이.. 좋아했어.. 우리 다시 만나면.. 내가 먼저 말 걸어볼게. 고마워, 말 걸어줘서. ”
⠀너가 듣기를 바라며 한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니 괜히 너 얼굴이 보이는 거 같다. 넌 없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네게 고백이나 해볼 걸 그랬다.
⠀“ 목련의 꽃말. 이루지 못한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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𝑊𝑟𝑖𝑡𝑒✒️ @백이화
𝐶𝑢𝑟𝑖𝑜𝑢𝑠🗯️
https://curious.quizby.me/e_w1…[ 작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