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1 19:45•조회 57•댓글 7•조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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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손님이 아니라, 그림자가 먼저 도착했다.
문틈 사이로 스며든 어둠이 모양을 갖추더니, 내 앞에 서 있었다.
발밑엔 주인이 없었다.
“네 주인은 어디 있니?”
그림자는 대답 대신,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흔들렸다.
나는 서랍을 열어 그를 위한 병을 꺼냈다.
하지만 그림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틀 뒤,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발밑에는 그림자가 없었다.
“제 그림자를, 보셨나요?”
그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는 여자를 보자마자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지만, 그림자는 그 손길을 피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림자를 너무 오래 외면하진 않으셨나요?”
여자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림자는 그 눈물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녀 발밑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방 안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림자가 돌아온 것이다.
여자가 떠난 뒤, 나는 상점 문을 잠갔다.
그리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엔 오래전부터 내 곁을 떠난 그림자가 있었다.
상점의 주인은… 자신의 그림자를 잃은 자이다
“어떤 그림자는 주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