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의 미분(微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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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8 08:47조회 73댓글 3미키
미키는 선형적인 시간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강의실의 먼지 섞인 빛줄기 속에서 그가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쪼개진 찰나들의 파편이었다. 대학 강단에서 존재론을 강의하며 그는 매번 ‘나’라는 주체의 연속성을 설파했으나, 정작 거울 앞의 미키는 단 한 순간도 동일한 존재였던 적이 없었다.
그의 이름은 희화화된 기호처럼 세상을 떠돌았다. 사람들은 미키라는 발음에서 만화적 낙관주의를 읽어내려 했지만, 그 이름의 실체는 오히려 단절된 프레임들의 연속체에 가까웠다. 24프레임의 환상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잔상(殘像)의 존재. 그는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펜 끝에서 정밀하게 계산된 서사 구조 안에 갇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미분된 순간들의 총합입니다.”
미키는 칠판에 분필로 점 하나를 찍었다.
“이 점은 어디로도 가지 않지만, 동시에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정지 상태죠. 나의 이름이, 나의 육체가, 그리고 나의 슬픔이 매 순간 새롭게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라는 비극에 도달합니다.”
강의를 마친 미키는 텅 빈 교정을 걸으며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 이 세계의 영사기를 멈춘다면, 그 마지막 프레임에 남겨질 자신의 표정은 무엇일까. 그는 코트 깃을 세우며, 차갑게 식어가는 공기 속으로 자신의 이름을 뱉어냈다.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그 짧은 음절은 대답 없는 형이상학적 질문처럼 적막 속에 침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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