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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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7 13:29조회 25댓글 1유하을
비가 오던 화요일 오후, 윤지는 평소처럼 근처 카페에 들렀다.
창가 자리. 라떼 한 잔. 그리고 노트북.
익숙한 루틴이지만, 오늘은 뭔가 어긋났다. 자리가 없다.

그러다 누군가 눈을 마주쳤다.
“같이 앉으실래요?”

검정 우산을 옆에 세워둔 남자. 낯선 사람인데 어딘가 익숙한 표정이었다.
윤지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오면 꼭 커피가 땡기더라고요.” 그가 말했다.
“저도요.” 윤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은 이름도 묻지 않은 채, 한 시간쯤 대화를 나눴다.
책 이야기, 여행, 요즘 자주 듣는 음악.
서로에 대해 별로 알지는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편했다.

비가 그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커피, 감사합니다.”
“언젠가 또 비 오는 날 마주칠 수 있을까요?” 윤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남기고 나갔다.
작은 종이 조각.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비 오는 날마다 여기 3번 테이블에서 기다릴게요.’

그날 이후 윤지는 매주 비가 오는 날이면 카페를 찾았다.
3번 테이블에서 라떼를 마시며, 종종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윤지는 아직 그 메시지를 믿고 있다.

비는 언젠가 또 내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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