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urious.quizby.me/jaul…우리의 앞길에 햇빛만이 가득했던 시절,
우리는 매일같이 사랑을 나누었다.
몇 일만 만나지 못해도 마치 결핍증이 온 것처럼 서로를 원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서로 만날 수가 없게 되면 화상 통화로라도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했다.
우리의 사랑에 과다라는 개념은 없었다.
사랑이 넘친다는 것은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이 한 층 더 강화됨을 의미할 뿐이었다.
우리는 남부럽지 않은 연인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느낌이 달랐다.
늘 화창하던 우리에게 장마를 예고하는 듯 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엄청 뜸을 들였다.
오늘 스케줄의 마지막인 저녁 식사를 마칠 때까지도.
헤어지기 직전, 드디어 열리는 너의 입.
예상은 했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에게 나는 과분한 존재이다.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닌,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명들과 함께.
나는 그가 하는 모든 변명들이 틀렸음을 말해주려 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았고,
어느새 너는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네가 나에게 이별을 고했던 그 날,
그 날은 분명 비가 왔음이 틀림없다.
너가 서 있던 자리에는 선명한 빗자국이 남아있었기에.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기다려달라고.
그 날은 장마의 시작이었다.
장마가 끝난 뒤에는 찬란한 무지개가 펼쳐질 것을 믿는다.
나는 너의 마지막 말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무지개가 펼쳐질 날을 기다린다.
기다림 끝에
언젠가 다시 해가 뜨는 날,
무지개와 함께 나의 결실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