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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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1 15:36조회 9댓글 0미드나잇
드디어 말을 이었다.

그 아이의 목소리에서는 생기를 느낄 수 없었고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한 목소리였다.
-혜담? 이름 예쁘다! 난 하윤이야. 유하윤!

그런데.. 혜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었다. 그렇게 흔한 이름도 아닌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었던가?

아무튼 혜담의 눈을 앞머리로 가려져서 볼 순 없었지만 입은 옅은 미소를 띠고있었다. 그 미소가 진짜웃음인지 가짜웃음인진 모르겠지만.

-우리 친하게 지내자!
나는 혜담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친하게.. 지내..?
혜담은 살짝 올라가있던 입꼬리를 귀에 걸리도록 올리고 웃었다.

웃음소리는 찢어질 듯했고 학교 전체가 울리는 듯 했다. 난 그런 웃음소리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있으면 소름이 돋았고 혜담의 웃음은 멈출 기미가 안보였다. 난 순간 손으로 귀를 막았고 혜담을 놀란 채로 계속 보았다.

난 혜담의 앞머리로 덮인 눈을 보았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보이는 눈은 분명 눈앞에 있는데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동자가 깊이 가라앉아 허공을 삼키듯 공허했고, 거기엔 아무런 생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의 눈처럼.
그리고 어딘가…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점 같았다. 죽은 사람의 눈을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차갑고, 텅 비어 있으면서도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혜담은 어딘가 익숙했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마치 전부터 알고 있었던것 같은 얼굴이 머리카락 틈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기억났다. 혜담의 정체가.
-이혜담..!
난 놀라 소리쳤다.

내 말에 혜담의 웃음소리는 더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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