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생원이오.
사람의 손톱을 주워 먹고 산다 하여,
세상은 나를 그렇게 부르더이다.
허나 쥐라 하기엔 지나치게 사람을 닮았고
사람이라 하기엔 너무나 어둡고 음습하니,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괴이한 생명이라 하겠지요.
어느 날은 사람의 골목을 거닐었소.
비단옷 입은 양반이 밥상을 엎으며 종을 꾸짖더이다.
그 밥그릇 아래에서 굶주린 쥐새끼 하나가
떨어진 낟알을 핥고 있더군요.
그 모습이 어쩐지 나와 다를 바 없어 보였소.
사람이란, 제 아래에 있는 것을 밟으며 산다는 것을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지요.
사람들은 내가 귀공의 얼굴을 빼닮았다 하더이다.
그 말이 어찌나 서늘하던지,
그대들이 내 눈을 보고 놀라는 까닭은
아마도 그 속에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나는 그대들의 탐욕이 썩은 자리에서 태어난 자요,
그대들이 버린 찌꺼기를 먹고 자란 자이니.
이 세상은 나를 낳고도
끝내 나를 더럽다 하여 외면하더이다.
요사이 세상은 기이하오.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인다 하여 가보면
그 속에는 웃음도, 노래도, 진심도 없고
오직 허기만이 자리를 잡고 있더이다.
모두가 무언가를 삼키고 또 삼키며,
무엇을 잃는지도 모른 채 춤을 추고 있소.
나는 그 틈에서 그들을 보았소.
쥐떼라 해야 할지, 사람떼라 해야 할지 모르겠더이다.
그들의 눈은 탐욕으로 젖어 있었고,
입가에는 기름이 번들거렸소.
모두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그 속엔 이미 이승의 온기라곤 남지 않았지요.
그리하여 생각하였소.
쥐가 사람을 닮은 것이 아니라,
사람이 쥐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라.
나는 이제 그대들 속으로 돌아가려 하오.
이 몸의 발톱으로, 이빨로,
그대들이 쌓은 곡간과 집과 신념을
모조리 갉아 없애리다.
그리하면 어쩌면
세상은 처음으로 조용해질지도 모르오.
쥐와 사람, 그 사이에 선 이 몸도
모두 허물어져 흙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썩은 냄새가 사라지리라.
허나 그때까지는 살아 있겠소.
그대들이 버린 어둠 속에서
그대들의 잔해를 먹으며,
끝내 잊히지 못한 자로 남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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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鼠: 인서
⇒ 사람과 쥐
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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