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데이트날은 새 책 향이 났다.
___
처음 너와 간 곳은 새로 생긴 도서관이였다. 도서관에는 새 책 향이 가득했다. 넌 그 향을 참 좋아했었지. 우리는 서로가 좋아하는 책을 선물했다. 나는 비극적인 로맨스 소설을, 너는 내게 청춘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선물했다. 잘 읽겠다며 너에게 미소지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처음 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걸 보았을 때, 애써 무시했다. 너가 정말 좋아하는 건 나라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 그 다음은 다른 여자였다. 벌써 그 광경만 네 번을 눈에 담은 나였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미치도록 사랑했고, 너와 나의 사랑은 그 날의 향기와도 같았기에 버릴 수 없었다.
"우리 헤어지자. ...미안해."
그리고 먼저 이별을 고한 건 너였다.
"왜? 내가 뭐 잘못하기라도 했어?"
어떻게든 널 붙잡아보려했다. 너가 다시 그 날처럼 내게 안아줄수만 있다면 나는 그 무엇이든 마다않고 할 수 있었다.
"아니, 다른 여자가 생겨서. 정말 미안."
그만 사과해. 차라리 더 못된 말로 미워할 수 있게 해달라고. 너무 잔인하지 않아? 이런 드라마 속에서만 본 이별이 우리의 끝이라니.
___
그 이후론 새로운 책을 살 때마다 너가 떠올라 괴로웠다. 나는 그래서 책을 사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끔씩 책들이 가득한 내 방에 들어갈 때면 책 향이 가득해 이따금 몇 번씩 무너지곤 했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내 삶엔 네가 가득해...
자기야, 밖에 나가 서점이나 도서관만 보면 너가 생각나고 그 날 너가 다른 여자와 있던 우리 집 근처 거리만 가도 너가 생각 나. 내 모든 일상에는 너가 있는데 그런 너를 어떻게 내가 지울 수 있겠어.
그치만 있잖아, 이제는 내가 너가 아닌 그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내가 그리워하는 건 첫 데이트 날의 새 책 향기와 너에게 사랑받던 나일지도 몰라.
그 향을 이제는 없애볼게. 이제는 너와의 향기를 없던 일로 만들래.
___
프루스트 현상
특정한 향기에 자극받아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
___
ep.04
By. 유하계
샤라웃 오이지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
💬
https://open.kakao.com/o/sw0uL…🔗
https://curious.quizby.me/Yu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