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대박ㅋㅋㅋ 다음편 주세요 작가님ㅋㅋㅋ - 어휴… 또 그 타령이냐? 없어 없다고 - 여주가지금겁나예쁘잖아날막꼬시잖아… - 걔 악녀설정이라고 몇번을 말하냐
시시콜콜한 수다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온다. 그래도 일주일 내론 올려준다는 말을 듣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남자가 신난 그 찰나—
쾅!
*
머리를 울리는 잡음,
—에헤이, X됐네 이거…
하필 그 악명높은 전생트럭에 치인 것 같습니다.
*
뭔가 다른 천장, 이불… 이건 이세계다! 라고 바로 알아차렸다. 둘러보니 꽤 부잣집 같은데, 좀 편하게 살아볼까~
그래서 어디로 빙의한 거지?
- … … … …
방을 둘러보며 거울을 확인한 순간 속이 뒤집어질 뻔 했다. 푸른끼 도는 은발, 싱그러움을 담은 초록빛 눈. 고양이와 강아지 사이 어딘가에 자리잡은 눈매와 희고 고운 피부—………
아니, 이세계 전생이 소원이긴 했지만 친구가 쓰는 소설 속 섭남으로 빙의시켜달란 얘기는 안했잖아요!
*
Q. 친구가 쓰는 소설 속 섭남으로 방의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A. 말 걸지 말아주세요. 소설 시작 10화만에 악녀한테 죽는 섭남으로 빙의했습니다… …
이쪽 사람들이랑 말은 통한다. 섭남에 대해선 모두 알고 있으니까 섭남처럼 행동하는 건 쉬웠다. 문제는—
이러면 원작을 바꿀 수 밖에 없잖아!! 러브라인을 바꾸든, 스토리를 비틀든, 아예 도망치든… 여기로 빙의할거라면 난 여주랑 남주의 커플링이 보고 싶었단 말야…!!
그래도 지금은 작품이 막 시작하는 시점인 것 같으니까… 어떻게 도망을…
< 안내 > 스토리 진행 범위 바깥으로는 진입이 불가합니다. 3번 어길 시 빙의한 몸과 원래 몸의 존재가 소거됩니다.
못 가네…?
이게 뭔 게임물도 아니고, 스토리 진행 바깥으로는 못 나가는 게 말이 되냐!! 그리고 3번 어기면 뭐? 존재가 소거? 이게 말이 돼?!
그, 그럼 어떻게 악녀를 회유시키거나, 악녀와 엮이지 않거나… 라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데. 하지만… 원작에서 나와 악녀는 약혼관계. 그럼 약혼을 파혼하는 수밖에 없다.
「목표: 실비아랑 파혼!!***」
- … 예? - 파혼하자고 하는 거 아니었어요? - 아니, 그니까 맞긴 한데…
이게 왜 이렇게 쉽게 끝나지?
*
파혼을 결심하고 3일 후, 실비아 쪽에서 먼저 날 찾아왔다. 장미를 닮은 붉은 머리와 반짝이는 보랏빛 눈. 악녀라는 타이틀과는 맞지 않게 장식을 최대한 뺀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드레스까지… 내 친구는 어쩌다 이런 캐릭터를 악녀로 설정한 거지?
- 저기요. 오늘 할 얘기가 분명 있을텐데. - 아! 아…
잡념을 치우는 눈앞의 또렷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녀를 바라봤다.
- 파혼은 뭐,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하죠. 돈이 필요해서 그러는 거라면 돈은 제 선에서 얼마든지… - … 예? - 파혼하자는거 아니었어요? - 아니, 그니까 맞긴 한데…
생각보다 무덤덤한 그녀의 태도에 의문이 생겼다. 분명 원작에서 실비아가 칼릭스를 죽인 이유는 비앙카에게 청혼하기 위해 파혼하자고 했단 걸 알고 분노에 차 저지른 살인이 아니었던가? 아니, 아니다… 내가 본 건, 독약을 마신 실비아…? 음… 역시, 이상하네. 두번째 떠오른 모호한 상황을 옛날에 한 망상이겠거니 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 그렇게 순순히 승낙해줄 줄은 몰랐네요. - 그야 비앙카 양은 그쪽을 사랑하고, 그쪽도 비앙카 양을 사랑하고요? 지금 결혼해서 얻을 게 그리 많지는 않아서요.
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
- … - 이야기가 끝났다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이상하다. 내가 아는 원작은, 소꿉친구인 데이브와 비앙카가 서로 사랑하고 서브 남주인 나, 칼릭스는 그저 그런 외사랑을 하는 흔한 소설인데.
- 비앙카가… 나를? 어째서?
숨겨진 속내라든가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면 원작에 진작 나왔을 터, 하지만 원작 소설에 그러한 언급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 … 대체 왜?
아무래도 이거, 일반적인 회빙환은 아닌 것 같고… 지금 이 소설에선 빙의자인 나조차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감각, 그러니까 불길한 기운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