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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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5 16:18조회 26댓글 0J1onn - 지온
욕설 주의 ||


요즘 사람들은 화면 속 목소리에 쉽게 흔들린다.
누가 말했는지, 누가 쓴 글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말이 자꾸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진실이라 믿는다.
어쩌면 한 사람의 여러 얼굴이, 서로 다른 의견인 척 돌아다니는지도 모른다. 독자들은 그저 글을 읽고 감정만 소비한다.

• 익명이라는 벽 뒤에서

누군가는 토로하고, 누군가는 설득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동정을 흘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균일하게 자기 중심을 비춘다. 마치 사회를 바꾼다며 떠드는 이들의 말이, 사실은 자신의 필요와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 화면 속 웃음과 울음

나는 뉴스와 게시글을 보며 밥을 먹었다.
오른쪽에 놓인 반찬처럼, 작은 글 하나하나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무언가 달지만, 어딘가 씁쓸하다. 사람들은 그 글을 읽고, 공감하고, 분노하고, 위로받는다.
하지만 나는 그 뒤에서 살짝 숨은 손길을 떠올랐다.
누군가가 여러 손으로 글을 쓰고, 또 다른 손으로 박수를 치고, 그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장난처럼 보일 때, 입안이 바싹 마른다.

• 개 같은 사회

이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창밖을 지나가는 행인, 화면 속 목소리, 반찬을 흘리며 먹는 이웃들, 그리고 글을 쓰는 이들. 누군가는 스스로를 드러내고, 누군가는 여러 얼굴을 가졌고, 그 모든 순간이 결국 사회의 기념품처럼 모여 남는다. 그 기념품이 제대로 빛나려면, 조금은 진짜를 보존해야 한다.

오늘도 나는 속으로 다짐한다.
보이는 것만 믿지 않고, 화면 속 목소리 뒤의 그림자를 읽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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