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설정
2025-10-05 19:37조회 49댓글 2필견
너는 유난히도 수줍음이 많았다. 나의 인사에 너는 두 뺨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시선을 피하고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안녕 .” 이라고 답해줄 뿐이었다. 그런 네가 신기했다. 그래,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너를 마음에 담게된 후에도, 멍청한 나는 단순 호기심으로 치부했다. 단지 너의 언제나 빨개지는 두 뺨이 신기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너의 뒤통수만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네가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너는 나에게만 수줍음이 많았다.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면 너는 믿어줄까. 동창들과의 대화 속 내가 아는 너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담배를 핑계로 뛰쳐나와 어둑 한 골목에 주저앉고선 한참을 홀로 멍하니 있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처음으로 건넨 인사에 두 뺨을 붉히며 받아준 너의 모습부터 흘러가는 삶을 살다 너를 향했던 나의 마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비웃었던 시절까지. 모든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 순간에도 너는 빌어먹게도 너무나 아름답더라.

우습게도 너와의 추억은 인사가 전부였다. 그 흔한 시시콜콜한 대화 한 번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너는 기억할까. 우리가 혹시나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나는 감히 용기내 말해주려 한다. 그럼에도 나의 학창시절은 너의 모습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그러니 멍청한 내가 너무 늦지 않았다면 다음 동창회에는 나와주라.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