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운동장을 천천히 물들였다.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기억을 흩뿌리는 것처럼 흩날렸다.
한때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언젠가 다시 만나자’ 며 속삭였지만, 그 약속은 이제 가을 바람 속으로 사라져 버린 작은 낙엽처럼 남아 마음 한켠에 쓸쓸히 놓여 있다.
낡은 체육관 뒤편, 우리 발걸음이 닿았던 나무 아래. 오래된 흙냄새와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만 남아 우리가 남긴 흔적을 잠시 감싸 안았다. 손끝에 남은 너의 온기, 귓가에 맴돌던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가만히 주머니 속 차가운 추억을 만졌다.
바람은 가만히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얼굴을 스쳤다. 그때 너와 함께 걷던 길,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눈을 맞추던 순간들이 사라진 듯하면서도 눈앞에 겹겹이 쌓여 아득하게 떠올랐다. 마음 한쪽이 시리도록 그리움이 스며들었고, 나는 모르는 사이 또 너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멈췄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없는 하늘에서 옅게 빛나는 햇살은 여전히 따뜻하지만, 그 속에도 닿지 못한 너의 온기가 아득히 아련하게 남아 있다. 어쩌면 어디선가 너도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까, 조용히 속삭이며 묻는 나만의 질문과 함께 어느 가을 날은 오늘도 이렇게 천천히 흘렀다.
바람이 조금 더 세차게 불면 떨어지는 낙엽들 사이로
우리가 걸었던 시간들이 다시금 살아날 것만 같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품에 안은 채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잊을 수 없는 너와의 미완의 약속을 다시 떠올린다.
@ne0n. :미완성의 시간들
https://curious.quizby.me/ne0n…오늘 시골집에 친한 사람이 없어서 구석에서 글만 끄적여서 1일 2글이 가능했어요 깔깔... 근데 사실 아까 글은 오늘 쓴 건 아니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