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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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5 17:33조회 97댓글 25eo1z
숨이 멎은 심장, 그리고 그 원인. 내가 네 목숨을 빼앗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났다.

* 나약하군, 안 그래?

이미 죽은 시체에게 말을 걸어봤자 돌아오는 답변은 싸늘한 침묵 뿐. 나는 피식 웃곤 시체의 머리카락을 넘겨 얼굴을 마주보았다.

*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니, 이 얼마나 완벽한 권력이야?

수차례 질문을 던져도 결국 나는 아무 해답도 얻지 못 했다. 사실 답을 바란 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그저 내 말을 따르는 그 복종심, 충성심. 그뿐이었다.

* 그러게. 그냥 나를 사랑했으면 좋았잖아? 왜 그렇게 반항해서 이 꼴을 만들어. 네가 죽은 건 내 탓이 아니야. 내 말에 따르지 않은 네 탓이지.

* 죽어...

갑자기 들린 말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그녀의 남자친구가 내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 죽은 건 네 연인이겠지.

그는 눈물에서 여러 방울들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그녀가 내게 마지막으로 살려달라 발악해 흘리던 동그란 방울과 일치했다.

*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어!

나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다가갔고, 곧 그의 총구 입구에 내 명치를 툭, 기대었다.

* 쏴. 날 쏘면, 지옥에서 다시 네가 그토록 애정하는 네 여자친구와 만나겠지. 그럼, 내가 널 먼저 죽이는 게 이득 아냐?

나는 말하면서도 속으론 웃고 있었다. 이런 같잖은 가스라이팅에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 리가, 라고 생각하며.

* ... 그래, 날 쏴라.

그는 내 손에 자신의 총기를 쥐어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 동공은 당황함으로 인해 커졌고,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바닥만을 응시했다.

* 좋은 삶이네. 연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삶.

*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쏘는 게 좋을 거다.

그는 내게 마지막 협박을 남겨두곤 철제 무기 하나에 온 몸에서 피를 토해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가 살려달라고 애원하길 원했으나, 나의 바람이 무색하게 그는 고통에 몸부림 치는 소리 외엔 침묵으로 세상과 별세했다.

~

* 음, 이 고기 맛있네. 여긴 무슨 부위인가요?

헌팅에 성공해 집으로 함께 돌아오는 길이었다. 여자는 나의 가식적인 태도를 꽤나 좋아하는 눈치였고, 사심이 담긴 ' 집에서 밥을 먹자. ' 라는 말에 수줍게 고갤 끄덕인 것이 불과 몇 분 전이었다.

나는 여자에게 고기 몇 점을 구워주며 말문을 트었고, 여자는 오랜만에 먹는 고기라며 주는 고기마다 잘 받아 먹는 듯했다.

* ... 이 고기는 오랜 사랑과 눈물이 담긴, 애처로운 부위입니다. 당신이 감히 상상하지도 못 할 만큼.

여자는 상상하지 못 한다는 말에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 제가 상상하지도 못 한다고요? 그 얼마나 잘난 고기시길래요?

여자는 비아냥대며 물었지만, 나는 곧 미소로 환대했다. 아마 나의 집에 남는 마지막 여성 고기는 저 여자가 되겠구나.

* 샴페인 좋아하세요?

나는 오래된 샴페인 하나를 꺼내 여자에게 보였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그것은 여자를 충분히 안심하게 했다.

* 없어서 못 마시죠. 한 잔 주실래요?

나는 품에서 작은 주사기를 꺼내 샴페인이 든 잔에 피스톤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내가 건넨 샴페인의 맛은, 곧 죽어라 원하는 맛이 되었고.

* 당신... 뭘 탄 거야...?

* 글쎄요, 기분이 좋아지는 물약이랄까요.

여자는 곧 식탁에 완전히 뻗어 옮기기도 힘든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젠 아무렴 상관은 없다. 내 죄를 대신해 줄 여자가 생겼으니 말이다.

~

* 아니 글쎄, 제가 죽인 거 아니라고요!

법정에 선 한 여자, 그리고 여자의 변호사.

* 피고, 아연백 씨는 그날 헌팅포차에서 술을 마시다 집에 귀가했습니다. 그 증거를 알리바이로 제출합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그렇다면, 총기와 마약 봉투에 묻은 피고의 지문은 어떻게 입증하실 겁니까?

여자와 변호사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듯했다.

~

* 아, 역시 우리 오 검사. 승률이 하늘을 찔러, 엉?

나는 웃으며 말했다.

* 죄를 밝히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요, 선배님.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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