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귀에 낡은 우체통이 하나 있다.
빨간색 페인트는 다 벗겨졌고, 비에 씻겨 숫자도 희미해졌지만, 유일하게 깨끗한 곳은 입구다.
누군가 매일 정성스럽게 닦아 놓은 듯 반짝인다.
은서는 오 년째 같은 시간, 같은 날, 그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
받는 사람은 늘 같다.
“윤호에게”
윤호는 첫사랑이었다.
햇살이 바람결에 부서지던 여름날, 바닷가에서 처음 만났고, 매일같이 함께 바다를 걷다,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말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나, 이 마을 떠나게 됐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갑작스러웠지만, 은서는 슬퍼하지 않았다.
대신 약속했다.
“매년 오늘, 여기 우체통에서 만나자. 꼭.”
하지만 다섯 해가 지나도록 윤호는 오지 않았다.
은서는 그래도 편지를 썼다.
처음엔 그리움을, 그다음 해엔 화를, 그다음엔 체념을.
그리고 올해는 그냥, 담담하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
편지를 넣고 돌아서던 순간, 누군가 은서의 이름을 불렀다.
낯설고도 낯익은 목소리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거기… 윤호가 서 있었다.
예전보다 조금 말랐고, 눈가엔 시간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여전했다.
“미안해, 너무 늦었지.”
“많이 늦었어. 하지만… 그래도 와줘서 고마워.”
그들은 말없이 우체통 옆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불었고, 낙엽이 흩날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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