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3 19:41•조회 72•댓글 7•depr3ssed
똑똑. 언제나와 같은 멜로디로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혼자뿐인 방안에 울려퍼진다. 문에 뚫린 작은 눈같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니 올곧고도 푸른 눈빛을 가진 금발의 소녀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서있다.
올곧고, 앞만을 바라보고… 두 선택지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와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그 얼굴은 아무리 봐도 동갑임에도 혼자 최강이 된 친구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아, 눈을 감았다 뜨니 이제는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힘겹게 일어서만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이게 현실이야. 내가 조금만 더 [#%]]를 빨리 그 지하에서 빼냈다면 전부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최강이라 마음대로 지껄였지만 결국 내 손으로 지킨 사람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죽일 뻔했던 사람들이고, 다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서 앞을 향하고 있다.
똑똑, 이젠 들리는지 들리고 있지 않는지도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뇌내에서 무한반복되는 그날의 박수소리가 뇌를 점령한다. 나조차 공포에 잠식될 정도로 깊고 깊은 푸른색, 웃는 사람들, 박수소리, 무지몽매한 자들, 최악, 최저를 걷는 자들, 빗소리, 연이은 자연재해, 평소보다 더운 여름…
순간, 볼에 훅하고 다가온 차갑고 선선한 콜라캔의 온도에 습기가 낀 머리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괜찮아? 라고 묻는 너무나도 상냥한 벚꽃. 내가 스산한 숲속에 낀 여름이라면 000는 관리를 잘 받은정원의 벚나무라고 불러야 마땅할 정도로 000와 나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 만약 그때 내가 솔직히 털어놓았더라면 지금은—아니, 후회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선택한 살아가는 방식이므로.
바스라질 정도로 습하고 따가운 8월의 여름의 끝, 벚꽃이 울고 있었다는 것을 안건 조금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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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될 수 있어 이름은 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