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를 위하여-『어느 날 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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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1 19:52조회 66댓글 2미드나잇💜𝐦𝐢𝐝𝐧𝐢𝐠𝐡𝐭🌌
아우를 위하여-『어느날 밤 이야기』

"누나, 나 잠이 안 와."
늦은 밤 12시, 혼자 내 방에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을 때 동생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왜. 또.."
난 귀찮다는 티를 내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뒤 동생을 불러 내 침대 옆에 눕혔다.
"자, 이리 와봐. 이 누나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



"누나가 작년에 체대(체육대회) 때 계주 나간 거 기억나?"
"응! 기억 나."

"그래, 누나 그때 진짜 열심히 연습했거든.
아침마다 운동장 한 바퀴씩 친구들이랑 돌고, 숨차도, 애들 다 뛰다가 마지막 쯤엔 걸으며 들어오는데 난 끝까지 안 쉬고 뛰고,
진짜 계주1등 해보고 싶었어. 근데 우리 반 계주 몇 등 했지?"

"7등!"

"ㅋㅎ 그래, 꼴찌했어."

"출발할 때부터 내 앞에 애가 늦게 들어와서 빨리 뛰었어. 그래서 평소랑 다르게 스타트 호흡을 잘 못 잡아서 호흡도 빨리 딸리고 결국에 발이 꼬여서 넘어졌어. 그 때 까진 3등이었는데, 마지막에 바통 넘길 때 실수해서 결국 꼴찌했었지.

넘어지고 나서 앞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
다른 애들은 점점 멀어지고, 나는 점점 느려지고…
결국 뒷 순서 애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화내고 짜증내고...

근데 웃긴 건 뭔지 알아?
결승선에 들어올 때,
몇몇 애들이 박수 쳐줬어.

그때 처음 알았어.
잘하는 것도 멋있는 거지만,
끝까지 해내는 것도 멋있는 거구나.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는 실수가 두렵지 않아졌어.
오히려 뭔가 실수하고 지더라도 ‘나는 해냈어’라는 느낌이 남더라.

언젠가 너도 나처럼 넘어질 수도 있고, 꼴찌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나는 다 할 수 있어!’ 하고 끝까지 가잖아?
그럼 넌 그 자체로도 멋진 거야.

꼭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꼭 메달을 받는게 멋진 것이 아니야.
중요한 건! ‘난 할 수 있다’고 믿는 거야.
그 믿음과 '다 내가 다 해낼 것이다' 라는 의지만 있으면,
넌 앞으로 뭐든 해낼 수 있어."

"어때? 멋지지 않..니?"
내 이야기를 마치고 동생쪽을 바라봤을 때 어느새 동생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듯 보였다.

"에휴.. 내 말을 들은 거야. 만 거야. 쩝.. 잘자라."

방 안은 금세 고요해졌다. 나는 동생을 마지막으로 지그시 바라보면서 불을 껐다.
언젠가, 이 이야기가 나, 동생, 그리고 이 얘기를 들은 다른 누군가의 내일을 밝혀주길 바라며.♡


제목은 황석영 작가님의 『아우를 위하여』를 참고하여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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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누나긴 하지만 이런 착한 누나는 소설 속에만 있는 것 같죠? ㅋㅎㅋㅎㅋㅎㅎ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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