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눈이라기엔 늦었지만, 계절을 닫기엔 조금 이른 눈이었다.
창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눈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너와 했던 오래된 약속이 떠올랐다.
"눈 오면 만나자."
아무렇지 않게 던졌던 그 말이, 너무 오래되어 넌 기억조차 못 할 그 말이 왜 지금 이렇게 크게 들려오는 걸까.
그날 이후로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걸었고,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만큼은 네가 그 약속을 지키러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럴 리 없을 거라고 머리로는 알면서 마음은 이미 너에게 향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섰다. 새하얀 눈발 속, 사람들의 제멋대로인 발걸음 사이로 어딘가에 네가 서 있을 것만 같아 계속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너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계속 쌓여만가는 눈과, 점점 차가워지는 손끝, 어딘가 아릿하게 저려오는 마음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역시 그럴 리 없잖아' 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서려는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혹시 너일까, 바보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나도 지금, 네가 나올 것만 같아서 나왔어."
@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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