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불가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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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31 23:11조회 109댓글 1812 55120 88121
그가 잘못했다.
우리는 욕했다.
피가 끓듯, 입이 찢어질 듯, 치아가 깨질 듯.
끝도 없이, 멈추지 않고,
그를 향해 수천 개의 칼날을 던졌다.

(그의 잘못은 그리 크지도 않았는데.)

그는 떠났다.
허공이 비었다.
그 자리가 더 선명하게 울부짖는다.
돌아와줘! 돌아와줘! 돌아와줘!
수천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괴물이 되었다.

(괴물은 우리였고, 우리는 괴물이었어.)

그러나 웃기지 않은가?
모두가 돌아오라 외치면서,
단 한 사람도 사과하지 않았다.
단 한 사람도 책임지지 않았다.
"잘못했다"는 말은 우리 입술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죄를 짊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그가 짊어지길 원한다.

(멈춰. 멈춰. 멈춰.)

그에게 죄를 덧씌웠다.
그의 존재가 죄가 되었다.
그를 부수고, 그를 쫓고, 그를 떠나보내며
우리는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믿는다.

"돌아오라."
"왜 사과 안하냐."
"너가 먼저 사과해라."

우리가 살아있다고 믿는 건 착각이다.
우리는 이미 죽었다.
죽은 자들의 마음으로 살아 있는 자를 죽인다.
우리는 증오를 먹고, 광기로 숨쉰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올 수 없다.)

그가 돌아오는 순간, 그가 지고 갈 것은
우리의 죄, 우리의 광기, 우리의 끝없는 욕망이다.

우리는 오늘도 욕한다.
내일도 욕한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끝내, 우리가 죽인 건 그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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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죄는 그가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관중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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