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객차 안은 고요했다.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황동 장식들, 턴테이블에선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고 있었다.
3호차. 승객들 대부분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복도는 조용했다.
그 고요함 한가운데, 흠집 하나 없는 유니폼, 제복 모자를 반듯하게 눌러 쓴 남자가 있었다.
아담 아델론.
그는 객실 서비스 담당이다, 외부 문서상으로는.
그는 익숙하게 금빛 트레이 위에 커피잔을 올렸다. 객실로 향하던 도중 트레이를 잠시 내려놓고 커튼을 젖혀 창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을 살폈다.
완벽하다.
* 5호실, 미하엘 그렛시. 커피를 마시고 연회장에 갈 예정이라 했었지...
아담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유리창에 손가락을 끄적였다.
* 오른쪽 문 급정거, 4초 전 개방. 열차 속도 98km/h.. 연회는 8시 12분.
그의 동작은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았다. 커피는 정확히 8시 6분에 배달되었고 노크와 함께 문을 열었다.
* 미하엘 씨, 실례하겠습니다. 커피는 설탕 두 개 넣으시는 거, 맞으시죠?
침대에 앉아 있던 남자는 흠칫 놀랐지만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기억력이 대단하시네요. 지난번에도 딱 맞추셨죠.
아담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 고객의 커피 취향을 기억하는것이. 저희 열차의 철학입니다.
그는 커피잔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안에 든 것은 분명 커피였다. 단, 조금 특별한 조제가 더해진.
심장 박동을 4분간 지연시키고, 균형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화학제. 의학적으로는 무해하다. 그러나 오작동으로 문이 열리고 곡선 구간에서 발을 헛딛는 순간 —
아무도 커피 탓이라곤 의심하지 않는다.
아담은 트레이를 들고 객실을 나섰다. 때맞춰 기차가 선로를 맞춰 곡선으로 돌고 있었다.
~
잠시 뒤,
열차가 시끄러워졌다.
* 이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 열차 문이 갑자기...
다른 승무원들이 허둥지둥 달려가고, 방송은 혼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그 혼란의 반대편에서 미하엘은 조용히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
* 다음 정차역은 범비. 열차 사고로 인해 도착 예정시간이 지연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차장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열차 전체에 퍼졌다.
그리고 끝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블 씨의 죽음이 누군가의 의해 철저하게 설계된 * 서비스 * 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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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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