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 Sweat! < ep.1 >

설정
2025-08-30 21:05조회 44댓글 1_na.yx1
– 신희서, 오늘도 네가 마무리 청소 담당인 거 알지?



신발들로 마찰되어 금세 더러워진 체육관 바닥은 마치 아직 생성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밀림의 한 구석 같았다. 물론 그것을 매번 닦는 것은 나였지만, 닦을 때마다 나는 바닥재 고무 냄새가 코를 찌를 듯이 아파왔다. 1학년의 업무란 경기 참여가 아닌 고작 바닥 닦기와 코트 정리가 전부인 걸까. 처음엔 중교 때부터 소망했던 환상이 깨지는 것을 보곤 경악했으나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제 일처럼 익숙해지었다.



– 네, 그럼요.



아무렇지 않은 듯 생글생글 웃으며 바닥에 머무르던 시선을 앞 선배에게 옮겼다. 레프트로 배구 경기 쪽에서 널리 이름을 알렸던 손제휘. 인정하긴 싫었지만 멀리서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손제휘의 스파이크와 블로킹 실력에 감탄한 것도 일쑤였다. 키는 또 어찌나 큰지, 손제휘의 정수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



– 조금만 하다가 가.



나는 멀리서 손제휘를 눈길로 배웅하며 속으론 수많은 욕을 내뱉었다. 확, 블로킹 하다가 안경이나 깨졌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아마 손제휘의 실력을 보면 손 말곤 몸에도 맞을 일이 없다 깨닫게 되었다.



내가 지원한 역할은 분명 센터. 그것도 프론트 센터. 중학생부터 갈망했던 센터 역은 배구를 중점적으로 이끌며 모든 공을 받아내고, 올리고, 치고, 막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의 집합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였는지, 있지도 않은 공을 상상하며 몸을 이리저리 굴려대던 때가 생각나 잠시 미소를 지어 밀대에 뺨을 박았다.



– 짬찌가 노냐?



흠칫 뒤를 돌자 가방을 한 어깨에 메어 껄렁이게 걸어오는 은성호가 눈에 띄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 배구부 세터. 나만 눈에 띄었다, 하면 얼마나 괴롭혀대는지.



– 아니요, 안 놉니다. 청소 중이었어요.



– 쪼개는 거 다 봤어, 새끼야.



은성호는 내 오른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치며 허리를 숙여 나와 시선을 맞추었고, 씩 웃는 입가에 주름과 보조개가 살짝 피어보이자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 아니라니까요.



애써 은성호의 웃음을 무시하자 기껏 열심히 빗어놓은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리며 체육관을 빠져나가 버렸다.



– 저 잡놈이...



은성호의 넓직한 등판을 단점삼아 한참을 속으로 욕하며 분노의 걸레질을 시전했다. 은성호 어깨는 너무 커서 싫고, 팔은 너무 딱딱해서 기대기 어렵고, 다리는 너무 굵어서 맞는 바지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몇십 분을 은성호에 대해 욕하니 조금은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 신희서, 그만하고 어여 가라.



코치의 부름에 잔뜩 신나있었지만 그만 가라는 말에 땅이 꺼질듯 한숨을 내쉬곤 걸렛대를 청소함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어두곤 밖을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은 하얗고 하늘은 파랬다. 당연한 일이지만 어째서인가 오늘은 좀 특별하고도 색다르게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 인제 끝났냐.



하늘을 찍으려 막 핸드폰을 들어올리려던 참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 무슨 바닥 좀 닦는데 그렇게 오래 걸려?



은성호였다.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