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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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3 17:54조회 304댓글 23바다
한강 위로 바람이 스쳤다. 잔물결은 끊임없이 번져가며 그 위에 윤슬이 반짝였다. 내 마음엔 아무런 빛도 남지 않았다.

“질렸어, 그냥 너가 질렸다고.”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연애하면서 다른 여자 좀 만날 수도 있지, 왜 이렇게 예민해? 너 이거 집착이야.”

내가 예민하다고 짜증 냈던 너.
나와 맞춘 반지가 아닌 다른 이와 맞춘 반지가 끼워져 있던 손. 날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너의 눈빛까지.

날카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는 네가, 미웠다.

처음엔 권태일거라 생각했다.
오래 만나면 누구나 겪는, 잠시 스쳐가는 무기력함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너는 이미 다른 사람의 곁에 있었다.

내가 모르는 웃음을,
내게 주지 않는 눈빛을,
그 사람에게 나누고 있었다.

작은 상자를 꺼냈다. 손끝이 덜덜 떨렸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목걸이였다.
네 생일에 맞춰 건네주려 했던, 내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선물. 펜던트 위로 윤슬이 반짝였다. 그 빛마저 잔인하게 아름다웠다.

“너가 다른 여자랑 웃고 있을 때, 난 아무것도 모르고 네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는 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가슴이 미어졌다. 한참을 목걸이를 움켜쥔 채 흐느꼈다. 분노가 서서히, 불처럼 치밀어올랐다.

“왜 너 때문에 내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야 하는데.”

손에 힘을 주었다. 숨이 막히듯 울컥했다.
버려진 건 목걸이가 아니라, 나였다.
모든 게 거짓이었다. 내 사랑, 내 마음, 다 부서진 채 남았다.

목걸이는 공중에서 잠깐 반짝이다가 차갑게 부서지는 물소리에 묻혀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잔물결은 빠르게 흩어지며 그 위에 다시 윤슬이 번졌다.

한순간, 반짝임이 내 눈물과 겹쳐 보였다.
아프도록 찬란했고, 그래서 더 잔인했다.
나는 무너져 온몸을 떨며 울부짖었다.

한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끊임없이 번져가는 잔물결만이 내가 버린 사랑을 끝내 삼켜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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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 | 바람은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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