試練下回想 — 시련하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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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3 20:03조회 56댓글 0본계있는익(🪻)
영하의 겨울만 되면,
나는 이상하게도 네가 떠오른다.
기억이라는 게,
따뜻해야만 살아남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차가운 계절 속에서
너와의 시간들이 더 또렷하게 살아나는 게
늘 신기했다.
눈발이 고요하게 흩어지던 오래전 그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길을 걸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피어오르던 하얀 입김이
서로의 얼굴 사이에서 얽혔다가 녹아 사라졌고,
그 사라지는 순간마다
우린 괜히 웃었다.
아무 이유도 없었지만,
그 계절의 공기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가까웠다.
지금도 겨울밤을 걷다 보면
가로등 아래에서 눈이 빛나는 순간,
그때 네 옆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네 목도리를 바로잡아 주던 내 손끝,
차가워진 손을 내게 숨기던 너의 버릇,
그 모든 사소한 장면들이
마치 하얀 결정 속에 보존된 것처럼
선명하게 돌아온다.
하지만 회상이라는 건
기억을 데려오는 동시에
잃어버린 시간을 끌고 오기 마련이라
달콤함과 아픔이
언제나 한 번에 밀려온다.
영하의 바람이 세게 불어오면
네가 처음 “춥다”라고 말하며
내 팔에 가만히 기대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별것 아닌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은 네 체온이 전해지는 그 느낌이
한 계절 내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비밀처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겨울의 숨처럼 짧게 피었다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계절은 돌아왔지만
그때의 우리만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겨울이 알려주는 것 같다.
얼어붙은 강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위에 비친 하늘이
마치 흐릿한 필름처럼 흔들리는데
그 속에서 너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네 이름을 불러보지만
그 이름은 공기 속에서 얼어붙어
아무도 닿지 못한 채 허공에 머물 뿐이다.
그래도,
나는 이 계절을 미워할 수 없다.
영하의 겨울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함께 걷던 그 시간을
이렇게 또렷하게 떠올릴 수도 없었을 테니까.
추억은 따뜻함보다
이 차가움 속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 법인가 보다.
그래서일까.
창백한 달빛 아래 서 있을 때면
나는 가끔
너와 다시 나란히 걷는 꿈을 꾼다.
눈발 속에서 너는 천천히 돌아보고
나는 네가 남기고 간 계절의 냄새를
다시 한 번 깊게 들이쉰다.
그리고 깨달음과 그리움이 동시에 스며든다.
겨울만 되면 내가 너를 떠올리는 이유는,
너와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따뜻한 추억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작가: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네 이제부터 제 닉넴을🪻(윤정하)로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전 글: https://feed.quizby.me/nove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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