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4 10:47•조회 60•댓글 1•MP3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나는 너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난간에 서 있는 나를 붙잡은 너를 뿌리치고 죽었어야 했다. 혹은 그저 너에게서 도망쳐야 했다. 나는 절대로 네 호의들을 받아서는 안 됐고 네가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되는 일도 없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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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겨울날, 얼지는 않았지만 아마 닿으면 온 몸이 얼어버릴 듯 한 온도를 지니고 있는 저 강물. 아마 이제 다 끝이겠지. 지긋지긋한 욕설과 폭력에 시달리거나 밤마다 강간을 당할 일도 없고, 친구들의 은근한 눈치를 먹을 필요도 없고, 또 •••
" 저기요!! "
뭐지, 누가 봐도 곧 죽으려는 나를 붙잡으려는 다정한 사람인가. 아, 필요없는데. 진짜 다 그만둬도 되는데,
" 뭐하세요 위험하게!! "
" 보면 몰라요? 죽으려잖아 지금. "
" 아니 그러니까, 왜 죽냐고요 "
" 사는게 좆 같아서 죽습니다, 예? "
내가 죽든 말든 자기가 무슨 상관인지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남자를 보며 이상하게 미안해젔다.
" 예, 죄송해요. 안 그럴게요. "
당연히 거짓밀이다. 내가 왜 그쪽 때문에 죽지 못 해야 하는데?
" 거짓말이죠. "
허? 어떻게 안거야. 내 일인데 왜 본인 목소리에 눈물이 묻어나고, 이렇게 열정적이고 난리야.
" ..예, 잘못했어요. 진짜 안 올게요 여기 "
" 그러지 말고, 같이 밥이나 먹어요 우리. 벌써 6시인데."
밥은 또 무슨 밥.. 이거 거절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은 드는데.
" 싫어요, 안 갑니다. "
" 간다고요? 잘 됐네요! 내가 마침 맛집을 알아요. "
" 예? 미쳤어요? "
" 진짜 나랑 딱 일주일만 밥 먹어줘요. 사는게 즐겁게 만들어 줄게. "
" 필요 없어요. "
이 남자, 힘이 드럽게 세다. 아까부터 도망가려고 힘 주고 있는데 안 빠져. 하.. 진짜, 제대로 걸렸네.
" 아 일주일만요, 제발. 오늘만이라도. "
" .. 아 저 배 안 고파요. "
- 꼬르륵 .. ~
와, 미쳤다. 이 타이밍에 꼬르륵 소리가 날 수도 있구나. 만화영화에서 배 안 고프다고 할 때 배꼽시계가 울리는게 진짜 있을 수도 있구나.
" 푸흡.. 크흫ㅎ "
아, 자존심 상해. 이 남자 지금 대놓고 웃고 있잖아.
"저기요, 웃지 말아 줄래요? "
" 아니 근데, 크흨.. 너뭏ㅎ 웃긴 걸 크흡... "
" 하아.. 그 밥집 어딘데요? "
너무 민망해서, 나도 모르게 화제를 돌렸다. 좀 안 좋은 방향으로.
" 어, 밥 먹을거에요? "
" 아.. 네 뭐. "
맛 없기만 해봐라, 맛집 아니기만 해봐.
" 진짜 맛있을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