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퍽질퍽열병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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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2 16:12조회 172댓글 19유건
게임 꼴지가 초코 우유, 사이다, 콜라, 포도맛 환타, 칠리 소스를 섞은 벌칙 음료를 마셨다. 잘 삼키는가 싶더니 혀로 닿자마자 뿜었다. 우웩, 웩, 이게 무슨 맛이야; 짐승들은 도파민에 집어 삼켜져 깔깔거리며 원 샷을 요구한다. 개새끼와 내가 들어오다 바닥에 뿌려진 벌칙 음료 찌꺼기를 밟았다. 질퍽.
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질퍽······.

연약한 새끼라며 욕을 먹다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했다. 원래는 송하영과 축구남 -축구를 존나 잘하기 때문에 축구남이다. 송하영 짝남의 친구. 도파민 중독자다.- 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야 했으나 송하영의 아버지가 송하영을 또 태우러 오셔서 -딸 사랑이 존나 엄청나시다. 현재 시각은 새벽 2시다.- 축구남과 단 둘이 하나뿐인 새벽 운행 버스를 타야했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아까 한 멀리가 이어질까 걱정되서 멀미약을 씹어 먹었다. -물을 꺼내 마시기 귀찮았다.- 건강함의 대명사. 헬스에 살고 축구에 죽는 남자. 축구남은 내 연약함 -아니라고.- 에 놀라며 키득거렸다. 축구남은 재밌는 새끼지만 아무래도 개새끼와 데이트 -혼자 그렇게 생각한다.- 를 즐기고 온 나로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축구남의 연애 하소연을 들으며 묵묵히 버스를 기다렸다.

- 아니 이 누나 너무 어렵다 진짜아····.
- 수학보다 더 어려워.

- 너 수학 15점이잖아.

-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누나·····.

어떻게 짐승들은 연애가 잘 풀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누구는 맨날 차이질 않나, 누구는 누님의 충직한 개가 되고 있질 않나. 오늘 짝녀 앞에서 처 운 나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시발. 날 뭐라고 생각할까. 갑자기 자살 충동이 들어서 약을 더 힘차게 씹어 먹었다. 존나 쓰다. 정신이 번쩍 들긴 하네, 응. 청유 중학교로 오지 말걸. 너를 만나지 말걸. 또 나는 후회했다.

축구남은 그냥 대놓고 내 앞에서 디엠을 존나 보낸다. 누나 자요? 누나 내가 잘못했어요ㅠ 누나 사랑하는 거 알잖아요ㅠㅠ 앞으로 똥 싸고 있어도 전화 받을게요ㅠㅠㅠ. 으 존나 찌질하다. 지금 새벽 두 시야 미친놈아. 라며 등짝을 퍽. 소리 나게 때려줘도 타격을 전혀 받지 않고 장문까지 쓰고 있다. 누나누나누나누나·····. 나는 시발 연상은 절대 안 만난다. 축구남을 보고 한숨을 쉰 뒤 나도 인스타를 열었다.

개새끼 비계 스토리가 1번으로 떴다. -당연히 즐겨찾기를 해놨으니깐.- 개새끼는 같이 버스를 타는 친구와 기깔나는 포즈를 하고 10분만에 버스 옴 야르~ 라는 글씨를 붙여 올렸다. 나는 그 스토리에 열 번이나 썼다 지웠다 하며 답장을 보냈다. 개부럽다 우린 아직 안 옴. 친구 사이에 적절한 답장이었다.


질퍽질퍽열병


3초만에 답장이 왔다. 폰을 내렸다가 후다닥 다시 올려 디엠을 확인했다. 내가 예뻐서 그랭ㅋ 그래. 안정한다. 예쁘지. 존나 예쁘지. 누구랑 버스 탔냐고 물었고 카리나라는 답장을 받았다. 나는 그 답장에 형식적 -아니다. 사심 존나 731퍼 담았다.- 하트를 눌렀다. 히히. 옆에서 폰 너머 누나에게 거의 구애하던 축구남이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이 새끼 미쳤나? 라는 눈빛이었다.

부아앙. 3번 버스가 다가왔다. 축구남은 드디어 버스가 왔다며 웃었다. 나도 달려가는 축구남에게 같이 가자며 피식거렸다. 저 단순한 새끼. 인상도 빡빡하게 생긴 게. 순 호구가 따로 없다. 한 사람 밖에 모르고 다른 생각 일절 안 하는 새낀데. 그 누나는 얼마나 또 빡센 사람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도, 철벽이나 누님보다야 개새끼가 낫지. 암. 널 사랑하길 잘했다.

거짓말이다. 어쩌다 내가 널 사랑했을까.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 그럴 리가.


집에서 또 열이 확 올랐다. 물론 개새끼 때문은 아니고 아직 완전한 여름이 아니라서 밤에는 쌀쌀했기에. 또 나는 그 와중에 바다에서 질질 울었기 때문에 여름 감기에 걸린 듯 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생각했다. 열병을 매번 앓는 대신 여름 감기는 걸린 적 없기에 나는 또 저항도 못하고 이불을 둘둘 말고 끙끙 앓았다. 콧물도, 기침도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아버지는 매정하신 분이라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매번 열병을 앓는 것도 꽤 아니꼽게 보고 계신다.- 뜨거운 한숨을 쉬었다. 시발. 속으로 욕을 읇조리고 버석한 이름을 머리 끝까지 끌었다. 밤만 지나면 괜찮겠지. 자기 최면을 하며 옅은 잠에 들었다.

- 흐하 존나 덥다.

열감에 눈도 못 뜨고 신세를 한탄했다. 앞머리가 축축하게 이마에 눌러 붙어 질퍽였다. 약도 못 먹고오 시이바알; 실눈을 또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두시간만 버티면 아침이다. 일단 해가 뜨면 뭐라고 할 수 있겠지. 내일 학교 안 가서 존나 다행이다.

물론 이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개새끼를 따라 들어간 행사 동아리에서 호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외부 행사 보조 및 진행을 한다. 학교의 간판. 얼굴 보고 뽑는다는 소문이 있다.- 내가 왜 금같은 공휴일에 일을 하냐고. 아무리 생기부가 존나 잘 써진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또 나는 집업을 푹 눌러 썼다. 제발들키지않게해주세요제발요제발.

개새끼는 날 보자마자 안 덥냐고 시비를 털었다. 땀 존나 흐르는데? 패션이야. 니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씀? 내 맘. 안 그래도 더우니까 말 걸지 마. 어지럽다. 개새끼 말 받아줄 기력이 없다. 사람이 잠을 자면서 살아야지. 밤새 앓았으니 그럴 힘이 있을리가. 남들 다 학교 안 가서 텅 빈 버스가 감사했다. 나는 조용히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 흔들거려. 언제 도착해요 기사님···.
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

식은 땀이 줄줄 흐른다. 아 더워서 흐르는 땀 인가? 개새끼 앞에서 온갖 줄줄쇼를 다 한다. 눈물에 이어 땀까지. 쪽이란 쪽은 다 팔린 상태라 뵈는 게 없다.이제 그냥 즐긴다. 나를 또 더위 처먹은 두더지로 바라보는 저 걱정 -친구가 드디어 정신병원에 들어갈 시기가 온건가. 따위의 걱정이라도.- 의 눈빛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모래가 섞인 바다를 헤엄쳐서
주머니에 모래만 남았다.

질퍽한 모래를 모두 털어 버리니
내게 하나 남은 건 나의 이름, 그리고 기억.

멈춰줘.
털털털털털털털털털털털털·····?


https://curious.quizby.me/ugun…

^ 퇴고 없어요 여름비례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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