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모든 인어의 짝한테는 자신과 똑같은 색의 후광이 보이는데… 심해에선 안 보였었거든요.
시온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조심스러운 듯 흔들리기만 하던 손짓까지 훤히 보였으니.
- 그리고 그게 육지에서 저한테까지 느껴진 거예요. 그래서 올라왔는데…
- 그런데?
잠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내 의지를 다지기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 오랫동안 육지에 있으면… 물에 죽어요.
- 뭐라고?
물에 닿으면 죽는다니,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라고 순간 생각했다가 이내 그 생각을 고쳤다. 지금까지 순전 겪었던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 그것들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 그리고 보였던 같은 색의 후광이 나야?
- 네, 네.
한숨을 푹 쉬고는 시온을 잠시 바라보았다. 막막하기만 한 상황에 꽤나 깊은 고뇌에 빠졌다. 오랫동안 육지에 있어서 물에 닿으면 죽는 상태가 되었다, 라. 나에게 있어서는 충분히 기이한 일이기도 하였다.
~
- 그럼, 물만 안 닿으면 되는 거야?
- 아직 확인은 안 해봐서…
한숨을 푹 쉬고는 시온을 바라보았다. 지금 알 수 있는 확실한 점은 물에 닿아선 안 된다는 것, 그 뿐이었으니. 다른 것에도 닿지 않아야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떨쳐낼 수 없었다.
- 잠깐 따라 와.
시온의 손목을 잡고는 어딘가로 향했다. 당황스러움에 말조차 하지 못한 시온의 손목을 움켜쥐곤 주변 건물을 지나 아파트 속으로 함께 들어갔다. 눈 앞에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버튼을 꾸욱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는 안내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 뭐 하려고요?
- 확인하러 갈 거야.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함께 걸어간 둘 앞에는 현관문이 있었다. 능숙하게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열었고, 경쾌하게 들리던 열리는 도어락 소리는 우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 우리 집이니까 잠시 기다리고 있어.
시온을 잠시 소파에 앉혀두고, 냉장고의 문을 열어 우유를 꺼냈다. 우유 곽을 한 손에 쥐고는 시온에게 말했다.
- 이리 와 봐.
시온은 내 말대로 내게 엉거주춤 다가오기 시작했다. 싱크대 앞에서 잠시 눈을 마주치고 얼마 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시온을 보고 말했다.
- 여기 손 주고.
하얀 손에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빽빽히 보인 손에 우유를 한 방울 떨어뜨려 부었다. 그의 표정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한 것이 묻어나 있었다.
- 괜찮아?
- 네, 아무 이상 없는 것 같아요.
그의 말에 물만 닿지 않으면 괜찮다는 사실이 애매하게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래도 확정지을 수 없었다. 통하지 않는 것이 우유 뿐이라고 한다면, 다음에 어떤 일을 맞이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확실하지 않은 안전에 안도할 수는 없었다.
- 잠시 기다려봐, 저거라도 가져오게.
내 말에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기만 하던 시온을 뒤로하고, 약 상자에서 인공눈물을 꺼냈다. 이것이라면 확신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들고서는 시온에게 다가가 물었다.
- 이거까지는 괜찮으려나.
- 괜찮지 않을까요…?
혹시 우유와 다르게 식염수는 차이가 있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시도해보자는 생각은 떠나가지를 않은 채 내 주변을 떠돌았다. 거창하게 생각하자면 숙명 정도였을까.
- 한번 부어본다.
- 네, 네.
시온의 반대 손에 식염수 한 방울을 다시 떨어뜨렸다. 다행이도 식염수까지는 괜찮다는 것처럼 이번에도 덤덤한 그의 표정이 내 눈에 들어왔다.
- 아무래도 물까지만 해당되나 봐요…
- 그러게, 다행이네.
손을 바라보고는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 않은 채 잠시 그 상태로 서 있었을 뿐.
시간이 지나고 슬슬 헤어져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식염수와 우유를 잠시 정돈하곤 소파에 앉아있던 시온에게 다가왔다.
- 가자. 데려다 줄게.
- 아, 네?
내 뒤를 따르던 시온은 이내 나가려던 차에 현관 앞에서 멈춰서 나의 옷자락 밑만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 왜?
- 그게요, 그게 말이죠...
시온은 현관에 주저앉아 비애의 물방울을 조금씩 떨어뜨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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