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5 14:04•조회 80•댓글 9•한소라
비가 내리면, 세상은 고요해진다.
하지만 그 고요 속에 감춰진 폭풍처럼, 내 마음은 점점 무겁고 어두워진다.
절망은 한순간에 쏟아진다. 아무 준비도 없이, 마치 하늘이 내게 고백이라도 하듯, 억겁의 시간 동안 쌓여 있던 모든 것을 쏟아내듯이.
하늘이 눈물처럼 흐르는 그 순간,
나는 나를 잃어버린다.
세상이 흐릿해지고,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생각들은 서로 얽혀, 결국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조차 가물거린다.
무엇을 해도 한없이 허무하고, 지나간 시간들이 나를 억누르며,
나는 그 속에서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는 멈추지 않는다.
내가 그 속에서 헤매고 있어도, 세상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킨다.
그런데 왜 나는 점점 더 외로워지고, 고통스러워질까?
절망이란, 마치 비처럼 계속해서 내리면서도, 그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끝없는 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흐르는 물줄기처럼, 아무리 발을 움직여도 제자리인 것 같다.
그런데 언젠가, 나는 깨닫는다.
비는 결국 멈추고, 다시 햇살이 비춘다는 사실을.
그때, 나는 비를 맞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는 걸.
그 모든 시간이, 나를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절망은 끝이 없다 생각했지만,
그 끝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이었다.
비가 내리는 그 순간을 견디며, 나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비가 오듯 쏟아지는 절망 속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