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이세계. 인간, 천사, 악마가 공존하는 곳이다. 인간들은 **킬덤**이라는 집단을 만들어서 악마를 사냥하고, 천사는 그런 인간들을 돕는다. 그리고 세라피네 가문은 그들 중 하나이다. ⎈ ⎈ 나는 세라피네 루미엘. 삼자매 중 첫째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천사 가문이고, 지금 어머니께서 아이를 가지게 되셨다고 한다. 쌍둥이. 그리고는 세라피네 리코, 세라피네 에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셨다. 나도 동생들을 잘 챙겨주기로 다짐했다. ⎈ ⎈ 태어났다. 아이들이. 그리고 곧장 날개가 돋을 때까지의 성장기 동안 지낼 인큐베이터로 향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흘렀다. ⎈ ⎈ 여기는..어디지? 통 안? 나는 리코. 올해로 5살이고 쌍둥이 언니인 에리와 함께 통 안에 갇혀있다. "이제 다섯 살입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불렀다. 나는 통을 힘껏 두드렸지만 소리는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이제 꺼내줘야죠." 우리를 부르던 누군가가 마침내 통에서 우리를 꺼내줬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엄마처럼 보이는 천사를 향해 갔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ㅈ, 저 아이들은 저주받았어! 악마다!" 엄마가 천사인데 어떻게 우리가 악마라는 거지..? 나는 의문을 품었지만 일단 엄마에게로 가던 길을 갔다. 언니도 조금 놀란 듯 했다. ⎈ ⎈ "날개가 잘 자랐는지 확인하러 가자." 스스로를 루미엘이라고 하며 한 소녀 천사가 에리 언니와 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함께 과학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아까 그 사람처럼 과학자도 비명을 질렀다. "ㅇ,이 아이들은 천사가 아니야! 악마라고!" 루미엘은 그럴 리가 없다며 루미엘, 나, 에리 언니는 삼 자매라고 했다. 그제서야 나는 우리가 악마라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곧이어 루미엘은 뭔가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엄마와 아빠를 불렀다. "어머니, 이 아이들, 천사 맞죠?" 그런데 그 순간, 아빠가 인상을 썼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우레리아도, 나도, 귀족 가문의 천사인데?" 그러자 아까 웃음을 짓고 있던 엄마도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 ⎈ 나는 분명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동생들을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렇지만.. 악마를 극도로 혐오하는 부모님 밑에서는 이제 그것은 다짐이 아닌 배신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동생들이 도망쳐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뿐일 테니까. 그리고 그때, 그 아이들은 도망쳤다. 다섯 살이라서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이 상황은 충분히 두려울 만 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악마이더라도 가족이니까, 동생들이니까. ⎈ ⎈ 에리 언니와 나는 있는 힘껏 달렸다. 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정신없이 달리다가 의식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모르는 곳에서 깼다. 한 남자아이와 고양이가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인 것 같았다. 내가 첫 번째로 만난 인간 남자아이. "너어..괜찮은 거야?" 그 아이는 KILLDOM이라고 쓰인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에서 내가 악마라는 걸 들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응! 리코짱은 괜찮아!" "리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아차. 나는 쫓기고 있으니 이름을 숨겨야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이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뭐, 무슨 상관이겠어. 오늘 우리는 처음 만나잖아?" 나는 속으로 숨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따라 웃었다. "그런데 너는 이름이 뭐야?" "나는 킬덤의 사쿠라이 히토시!" 허걱! 킬덤은 악마를 사냥하는 집단이다. 히토시 오빠는 나이도 10살 정도인 것 같은데..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내 정체는 킬덤, 그리고 세라피네 가문에게 쫓기는 악마니까.. "아아, 그런데 히토시 오빠, 리코짱은 약속이 있어서.." "무슨 일? 보니 길을 잃은 것 같더니.." "ㅇ,아.." ⎈ ⎈ 나는 세라피네 에리. 악마다. 6살이고, 지금 숲속에 있다. "하아.. 아까 의식을 잃었더니 누군가가 나를 옮겨준 모양이네. 그래도 붙잡히지 않아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