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0 19:56•조회 55•댓글 1•인예
방 안 공기는 잔뜩 팽창한 폭풍처럼 질척거렸다. 그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거울 속 얼굴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익숙하되 기괴하게 뒤틀린 윤곽, 날카롭고 냉혹한 눈동자가 그의 심연을 파고들었다.
“오늘도 마주했군.” 속삭임은 외부에서 울려 퍼진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 깊이 싹튼 균열에서 흘러나왔다. 귀를 막고 눈을 감아도, 그 잔향은 고요 속에서 증폭되었다. 거울 속 자아는 억눌린 죄책, 미완의 후회, 은폐된 기억을 하나씩 소환하며 그의 정신을 집요하게 잠식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도망칠 수 없는 심연은 외부가 아니라 자기 영혼의 심층에 존재한다는 것을.
방 안 그림자들은 단순한 암흑이 아니었다. 벽을 스치는 흉영은 그의 내면 불안을 증폭시키는 심리적 메타포였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은 요동쳤고, 숨결은 점점 금속처럼 날카로워졌다. 거울 속 그는 비아냥 섞인 미소로 다가왔다. “너와 나는 동일한 존재. 도망쳐도, 숨겨도, 너 자신을 속일 수 없어.”
심장은 폭발 직전처럼 요동쳤고, 손끝은 얼어붙었다. 의식은 과거의 실패, 억압된 욕망, 미완의 사랑과 억제된 증오로 분절되며 동시에 그의 정신을 잠식했다. 마지막으로 손을 뻗자, 거울 속 자아가 한 걸음 내밀어 그의 손과 맞닿았다. “이제 받아들여라. 너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음을.”
방 안은 정적에 잠겼다. 그러나 그 고요는 평화가 아니었다. 파괴된 자아, 균열 속에서 솟구치는 내면의 폭풍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진정한 공포란 외부가 아니라, 자기 심연 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진화하는 존재라는 것을.
안녕하세요. 신입 작가 인예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필력이지만, 예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