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9 17:32•조회 43•댓글 1•한수림
창문이 열려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공이 굴러가고,
복도에서는 누군가 뛰어갔다.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는 웃고 있었고,
나도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창문으로 들어오던 바람과,
책상 위를 굴러가던 햇빛과,
그 사이에 나란히 앉아 있던 시간뿐이다.
바람이 불었다.
종이 한 장이 넘어갔고,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흩어졌고,
누군가는 창문을 더 열었다.
그뿐이었다.
그런데도
오후는 자꾸 가벼워졌다.
교실은 시끄러웠다.
누군가의 이름이 불리고,
복도에서 발소리가 지나가고,
운동장에서는 호루라기가 울렸다.
계절은 바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란 속에서도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네가 창밖을 바라보면
나도 따라 바라봤고,
내가 웃으면
너도 이유 없이 웃었다.
그 정도의 일이었다.
그런데도
햇빛은 유난히 밝았고,
바람은 자꾸만 우리 쪽으로 불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 계절은 초여름이 아니라,
우리였던 것 같다.
/기억보다 먼저 반짝이던 초여름의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