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춘, 몰락하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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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2 17:50조회 70댓글 3한고요
그 여름은, 마치 뜨겁게 달궈진 유리병 속에 우리를 가둬둔 것 같았다.
숨을 쉬면 숨이 아니라 뜨거운 증기를 들이마시는 기분이었고, 눈을 감아도 열기와 매미 울음이 귓속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자꾸만 늦은 오후에 만났다.
태양이 눌러놓은 아스팔트 위에서 그림자가 찌그러지는 시간.
서로 마주 보면, 땀과 피로가 뒤섞인 얼굴 위로 빛이 기름막처럼 번졌다.
그건 청춘의 빛이라기보다, 오래 묵힌 과일이 터지기 직전 풍기는 단내 같았다.

강가에 앉으면, 물은 흐르지만 썩은 풀 냄새가 났다.
네 손에는 긁힌 자국이 있었고, 내 무릎엔 멍이 번져 있었다.
우리는 그 상처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여름이라는 계절이 모든 이유를 삼켜버릴 테니까.

밤이 오면, 도시는 여전히 뜨거웠다.
가로등 불빛이 번져, 축축한 벽에 비친 우리의 그림자가 물속의 시체처럼 부유했다.
우리는 말없이 앉아,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를 함께 들이마셨다.
서로를 구하려고 붙잡은 손은, 사실 서로를 더 깊이 끌어내리고 있었지만.

그 여름은 끝내 우리를 상하게 만들었다.
마치 유통기한을 넘긴 계절처럼, 표면은 여전히 찬란했지만 속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가을이 왔을 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흩어졌다.
그리고 나는 오래도록 기억했다.
여름이 우리를 태운 게 아니라, 썩혀서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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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찾으시는 글을 봐서 왔습니다. 크게 상처받기보단 다시 한 번 반성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업로드하겠습니다. 죄송하고 또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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