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옥구슬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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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2 16:50조회 62댓글 4시원
세상은 너무 시끄러웠다.

간밤에 비가 억수같이 내리부었다. 나는 축축한 아스팔트를 짓밟아 전속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도망쳐?

어디로?

나는 내 두 다리를 멈춰 세웠다. 숨은 턱끝까지 차올랐고 푸름을 잃은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들이쉰 숨이 목을 조여왔다. 귀에 울리는 이명 소리가 시끄러웠다.

여긴 도저히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나의 세상은 운명의 너머에 존재할 터였으니, 결코 웃어 보일 수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내 손목 언저리에 남아있던 옥팔찌는 명을 다해 끊어져 버렸다. 방울방울 흩어져 도로록 굴러갔다. 왜인지 분명 애통했지만 더는 울 수 없었다. 불투명한 푸른색을 띠고 있던 옥구슬에 매미 소리가 비쳤다.

마지막 숨통이 희미해져 간다.

바람에 초록 잎이 흩날렸다. 공중을 떠돌던 잎 하나가 옥상 끝에 내리 앉았다. 나는 아지랑이가 피는 뜨거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선 길게 손을 뻗어보았다. 피부가 익을 것 같았음에도 눈앞이 새파랬다. 그 잔상은 꽤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조금 더 나아갔을 때, 나는 날고 있었다. 아 추락하고 있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했을까.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 듯했다. 이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친대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내 피난처는 여기였구나.

저 밑은 혜성이 떨어지는 잔디밭일까.

그 밭에서는 부디 앗아간 나의 72번째 계절을 돌려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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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록...이라는 표현 꽤 귀여운 거 같아요
https://curious.quizby.me/S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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