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는 스스로를 '사회의 청소부'라고 생각했다. 그는 휴대폰 하나로 세상을 정화했다. 그의 주 무대는 실시간 도덕성 검증 앱인 [참회록]이었다. 사람들의 잘못을 찍어 올리면 대중이 투표를 통해 '사회적 사형'을 선고하는 곳이었다.
박 씨는 아주 꼼꼼했다. 그는 단순히 영상을 올리지 않았다. 대중이 가장 분노할 만한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 편집했다. 노인이 젊은이에게 소리치는 장면이 있다면, 앞뒤 사정은 다 자르고 노인의 일그러진 표정만 강조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사람들에게 진실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뿐이지."
박 씨는 자신의 편집 덕분에 무례한 노인이 직장에서 쫓겨나고, 불친절한 점포가 문을 닫는 것을 보며 정의 구현의 희열을 느꼈다. 그의 팔로워는 수십만 명에 달했고, 박 씨는 자신이 신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어느 날, 박 씨는 완벽한 먹잇감을 포착했다. 옆집에 사는 김 씨였다. 김 씨는 매일 밤 수상한 검은 봉투를 들고 산으로 향했다. 박 씨는 며칠간 그를 미행했다. 김 씨가 산속 인적이 드문 곳에 봉투를 묻는 장면을 촬영했다.
박 씨는 확신했다. '저건 범죄의 흔적이다. 토막 난 사체일지도 몰라.'
박 씨는 영상을 편집했다. 기괴한 음악을 깔고, 김 씨의 평소 무뚝뚝한 표정을 '연쇄살인마의 냉혹함'으로 포장했다. 제목은 [우리 곁에 사는 살인마]였다.
영상은 폭발적이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김 씨의 집으로 몰려가 계란을 던지고 욕설을 퍼부었다. 김 씨는 겁에 질려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사람들은 김 씨를 '산속의 도살자'라 부르며 신상 정보뿐만 아니라 그가 예전에 했던 사소한 실수들까지 낱낱이 파헤쳐 쓰레기로 만들었다.
박 씨는 짜릿했다. '오늘도 사회를 하나 청소했군.'
일주일 뒤, 경찰이 산을 수색했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김 씨가 묻은 봉투들이 파헤쳐졌다.
하지만 봉투 안에서 나온 것은 시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썩은 사과와 낡은 장난감'들이었다.
김 씨는 사실 몇 달 전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버지였다. 아이가 살아생전 좋아했던 사과와 장난감을 아이가 잠든 납골당 근처 산비탈에 묻으며 혼자만의 제사를 지내왔던 것이었다. 김 씨가 밤마다 산에 갔던 건, 낮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홀로 울기 위해서였다.
진실이 밝혀지자 대중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
"박 씨 저놈 순 나쁜 놈이네? 애비 마음을 이용해?" "사람 죽이는 편집자 박 씨를 처단하자!"
박 씨는 당황했다. 그는 해명 영상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가 늘 하던 방식대로, 대중은 이제 박 씨의 과거 영상들을 짜깁기해 그를 '돈에 미친 사이코패스'로 편집하기 시작했다.
박 씨의 집 유리창이 깨졌다. 직장에서는 해고 통보가 왔고, 가족들은 그를 외면했다.
박 씨는 어두운 방 안에서 자신이 올렸던 김 씨의 영상을 다시 보았다. 그가 '살인마의 눈빛'이라고 자막을 달았던 김 씨의 눈에, 이제야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처절한 슬픔'이 보였다. 자기가 만든 악마의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인간의 얼굴을, 그는 이제야 본 것이다.
박 씨는 공허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나는 그냥 정의를 지키려던 것뿐인데..."
그때, 박 씨의 방 문틈으로 누군가 던진 검은 봉투가 들어왔다. 봉투 안에는 박 씨가 예전에 타겟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날카로운 칼 한 자루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박 씨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신의 죄를 스스로 참회할 기회를 드립니다. 지금 생중계를 켜세요.]
박 씨는 깨달았다. 자신이 만들었던 그 거대한 괴물, '대중의 정의'라는 칼날이 이제 자신의 목에 닿아 있다는 것을. 그는 카메라를 켰다. 하지만 그가 본 화면 속의 자신은,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며 편집했던 그 어떤 악인보다도 추하고 일그러진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박 씨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에 묻은 피가 타인의 것이 아니라, 자신이 파괴한 '진실'의 파편임을 깨닫고 오열했다. 하지만 대중의 이어폰에서는 그 울음소리마저 '악마의 악어의 눈물'이라는 태그와 함께 흥겨운 비트로 변주되어 흘러나가고 있었다.
박 씨는 비로소 후회했다. 하지만 그 후회마저도 누군가에겐 아주 훌륭한 '조회수' 재료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