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새 큐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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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6 20:03조회 84댓글 2유하을
작은 창문 틈 사이로 바람이 들이쳤다. 희미한 햇빛이 침대 맡에 놓인 액자에 부딪혀, 바랜 사진 속 두 사람의 미소를 비췄다.

"오늘은 바람이 차네."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은행잎이 황금빛을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얇은 담요를 더 끌어당겼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 깊숙한 곳에서 거친 소리가 났다.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는 예감은, 며칠 전부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몸이 알려줬다. 시간은 끝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반쯤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펜촉이 머뭇거린 흔적들.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었다.

“사랑하는 그에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다시 만나는 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웃으며 인사할게.
그때는 꼭 먼저 말할게. 안녕.”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그를 배웅하던 날. 그는 병실 문 앞에서 뒤돌아보며 웃었다. "다녀올게." 그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부터 그녀는 ‘안녕’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못했다.

오랫동안 삼켜온 그 말.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무겁던 숨이 가벼워지고, 모든 소리가 멀어져 갔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녕—”

창밖에서 바람이 한 번 더 불었다. 노란 은행잎이 창문에 부딪히며 흩어졌다.

그리고 방 안은,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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