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덩쿨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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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3 11:23조회 35댓글 0유결
도시 변두리, 오래된 저택의 담벼락 아래 장미 덩쿨이 뒤엉켜 있었다. 봄이면 붉은 꽃이 피었지만, 가시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켰다. 바람이 불면 덩쿨이 서로를 감싸 안는 듯 흔들렸고, 그 그림자는 천천히 벽에 드리워졌다.

남자는 매일 저녁 덩쿨을 찾아왔다. 손목이 가시에 긁히면서도 그는 꽃을 한 송이씩 땄다. 유리병에 꽂힌 꽃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차분했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장미 덩쿨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었다. 지나간 시간과 잃어버린 마음을 기억하는 기록이었다.

어느 날, 덩쿨 사이로 작은 새가 떨어졌다. 상처 입은 새를 바라보며 남자는 손을 던졌고, 덩쿨은 조금 흔들렸다. 가시는 깊게 긁혔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덩쿨은 자신을 보호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구조였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자, 장미는 더 이상 피지 않았다. 그러나 덩쿨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서로를 감싸 안았다. 남자는 유리병 속 꽃들을 꺼내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덩쿨 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이후 장미는 다시 붉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

도시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갔지만, 담벼락 아래 덩쿨만은 조용히 그날의 흔적을 품고 있었다. 가시가 있는 장미 덩쿨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랑은 가시 덩쿨 같은 것.
뒤엉키고 얽혀도 풀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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