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저 위, 눈부신 빛의 왕좌에서 세상 모든 별을 굽어보았다. 날개는 셀 수 없이 많은 빛줄기로 수놓아졌고, 제 노래 한 소절에 천상의 화음이 울려 퍼졌다. 존재 자체로 완벽했던 날들이었다.
그러나 교만했던가, 아니면 그저 새로운 것을 갈망했던가. 한순간, 모든 것이 부서져 내렸다. 빛은 사그라지고 날개는 조각나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세상의 끝에 더는 되돌릴 수 없는 곳으로 던져진 그림자였다.
낯선 중력에 붙잡혀 숨 쉬는 것도 버거웠다. 발아래는 딱딱한 아스팔트와 흙먼지뿐이었고 귓가에는 듣도 보도 못한 혼돈의 소음들이 울려 퍼졌다. 차갑고 거칠던,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세상.
한때 모든 것을 알았던 존재는 길 잃은 어린 양처럼 헤매었다. 찢겨진 날개 자리의 환상통은 매 순간을 지옥으로 만들었고,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벌이라 여겼다.
수없이 많은 시간을 그저 그림자처럼 떠돌았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햇볕조차 잘 들지 않는 낡은 담벼락 아래 작은 텃밭을 발견했다. 흙먼지 가득한 도시 한가운데 피어난, 기적 같은 녹색 생명들이었다. 완벽한 형태, 찬란한 색도 아니었지만 그 질긴 생명력은 이상하게도 잊었던 어떤 감각을 깨웠다.
매일 밤, 아무도 모르게 그 텃밭에 물을 주었다. 여린 싹들이 하늘을 향해 몸을 뻗는 것을 볼 때마다, 시들어 죽어가던 제 안의 무엇인가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천상의 빛을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 낮은 땅, 보잘것없는 흙 위에서 작은 풀들이 피워내는 고요한 생명의 기적이야말로 잃어버린 모든 것을 대신할 만큼 소중한 것이었다. 날개가 돋아날 리는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작고 푸른 날개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한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이 곳, 인간의 세상의 가장 낮은 한 뼘 흙덩이가 바로 저의 마지막 낙원이었다. 더 이상 추락한 천사가 아닌 이 땅에 뿌리내린 존재로서의 삶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진정한 안식과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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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애 || 추락한 영혼, 흙에 스민 눈물로 낙원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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