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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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0 16:41조회 45댓글 2심해
해가 뜨기 전부터 먼저 눈을 떴다.
창문 너머로는, 서리 낀 유리가 희미하게 빛났다.
손끝이 차가워질 만큼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창문을 열었다.

바람의 움직임에
방 안의 커튼은 천천히 걷어지고,
허공 속 먼지들은 빛 속에서 느긋하게 춤을 춘다.

책상 위엔 작은 나무 서랍.
그 안에는 전해주지 못한 편지,
아주 가끔씩 꺼내보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사진 속 그는 웃고 있었고,
배경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있었다.

나는 사진을 다시 서랍 속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이 계절만 오면, 당신이 아직 여기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서랍을 닫았다.
탁, 하고 나는 그 작은 소리가
가을 아침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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