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2 16:32•조회 47•댓글 1•미욘😻
비가 오래 내리던 봄이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제목의 책을 서점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지우는 그런 문장을 믿지 않았다.
죽고 싶다는 마음은 떡볶이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열여덟 살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학교는 매일 조용한 전쟁터였다.
“야, 또 왔네.”
교실 문이 열리자 웃음소리가 번졌다.
누군가는 의자를 빼고, 누군가는 가방을 창가로 던졌다.
처음엔 이유를 찾으려 했다.
내가 이상해서?
말을 못해서?
친구가 없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괴롭힘은 늘 이유보다 쉬운 곳을 찾았고, 지우는 그 ‘쉬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는 늘 바빴다.
“밥 차려놨어.”
그 말 뒤엔 지친 한숨이 따라왔다.
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한다고 달라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그는 검색창에 조용히 적었다.
‘안 아프게 죽는 방법’
엔터를 누르려던 순간, 창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야옹.”
고개를 돌리니 비에 젖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창틀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
지우는 한참을 바라보다 결국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너도 버려졌냐.”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젖은 몸으로 지우의 발목에 기대왔다.
그날 이후 고양이는 매일 찾아왔다.
지우는 녀석에게 ‘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별은 이상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꼭 “오늘도 살아 있네”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며칠 뒤, 학교 옥상에서였다.
지우는 난간 앞에 서 있었다.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여기 위험한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돌아보니, 같은 반 소희가 서 있었다.
항상 조용히 책 읽던 아이였다.
“너도 죽으러 왔냐?”
지우가 웃으며 말했다.
소희는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나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
지우는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기 언어를 이해했다고 느꼈다.
소희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구겨진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만 버티자.’
“나는 매일 이렇게 적어.”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만.”
지우는 이상하게 울컥했다.
사람들은 늘 말했다.
“힘내.”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소희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앉아 바람을 맞아주었다.
그날 이후 둘은 가끔 같이 집에 갔다.
별도 함께였다.
어느 저녁, 소희가 물었다.
“왜 안 죽었어, 그날?”
지우는 한참 생각하다 말했다.
“…고양이 밥 줘야 해서.”
소희가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따뜻한 웃음소리였다.
“그럼 살아야겠네.”
지우는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삶은 거창한 이유로 버티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누군가는 꿈 때문에 살고,
누군가는 가족 때문에 살지만,
어떤 사람은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내일 나올 만화 결말을 보기 위해,
자기를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 때문에 살아간다.
그리고 그 작은 이유들이 모이면
어느새 사람을 내일까지 데려간다.
겨울이 끝나가던 날,
지우는 다시 학교 옥상에 올라갔다.
예전과 같은 바람이 불었지만,
이번엔 난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주머니 속에는 소희의 메모가 있었다.
‘오늘만 버티자.’
지우는 펜을 꺼내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그러다 보면 봄이 온다.’
멀리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웃고 있었다.
별은 그의 무릎 위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우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살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 작고 희미했지만,
분명 거기 있었다.
안녕하세요 !! 단편소설 작가 미욘입니다 제가 쓴 소설 잘 보셨나요 ?? 좀 판타지 스럽지만 잘보셨으면 좋겠네요 제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냥 저 혼자 써봤어요 !! 앞으로도 다른장르로도 찾아올게요 안녕히가세요 (꾸벅)🙇♀️